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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인드저널 Jul 12. 2022

결코 혼자가 아니다.

뇌종양선고 이후 마음 바라보기

지인들을 만났다.

지난 몇년간 마음공부를 통해 만난 이들이다.

지금은 내 삶의 거의 모든 것을 함께 소통하며

이야기할 정도로 각별한 사이가 되었다.

나도 놀란 나의 병에 관한 일을

가장 먼저 알리고 싶었던 이들이다.

함께 어이없어하고 마음아파하고

힘을 낼 수 있게 옆에서 응원해주는 이들이다.


삶이 고통스럽고 힘들고 슬플 때

함께 무거운 짐을 나누어 줄 수 있는

이들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가.




어린 시절 나는 즐거움과 아픔을 함께 나눌수 있는

찐한 친구들의 우정을 꿈꾸며 살았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나에겐

그런 친구들을 만들기가 쉽지 않았다.



초등학교 시절 즐겁게 잘 놀다가

사소한 일들로 싸우고 마음이 상해서 토라지고

다시 화해하는 일이 없이 지나가곤 했다.

중학교 때는 알게 모르게 왕따 비슷한 일도 겪었다.

나를 빼놓고 모임을 갖는 친구들을 보며

쿨하게 받아들이기 보다 자존심이 상해

그 친구들 전체를 내가 따돌림해 버렸다.

구차하게 그 대세 모임속에 끼어들고 싶어하지 않았다.




늘 혼자다니는 것에 익숙했다.

그런 나 스스로를 즐겼다.

화장실을 같이 가는 아이들이나

모여서 시시껄렁한 이야기들로 시간을 때우는 일은

나에게 시간낭비라고 스스로 정의내린 것 같다.

나와 관심사가 다르니 재미가 없고 따분했다.




성인이 된 뒤에도 혼자 다니는 것에

장점을 훨씬 더 많이 느꼈다.

함께 모이는 데 불필요한 시간을 줄이고

일에 조율을 하는 감정적 소모를 없애고

교통비, 간식비, 여가비 등을 줄일 수 있다.

일처리를 혼자 다이렉트하게

신속히 모든 것을 완벽하게 끝내는 편이

훨씬 편하고 익숙했다.

친구가 없다고 외롭지 않았다.

혼자가 훨씬 좋았다.




결혼 이후 아이를 낳고 나서는

'혼자서도 씩씩하게 잘해요' 방식이

나의 사회적 단절을 더욱 심화시켰다.

급기야 남편과의 소통도 안되고

점점 위축되고 작아져만 갔다.




내가 괴팍하고 이상한 성격이나

자기주장이 강한 모난 성격이라 생각지 않는다.

오히려 반대이다.

타인으로부터 상처를 잘 받는다.

상대를 공격하는 대담한 용기도 없고

나를 방어하고 보호할 만한 말주변이나

부드럽게 넘어가는 유머감각도 없다.

늘 상대의 배려심 없는 말이나 행동들로

더욱 움츠려들고

더이상 상처받고 싶지 않아

피하고 싶은 마음만 간절할 뿐이다.




나의 에너지가 체력적이거나 감정적으로

거의 바닥이 났을 때

처음으로 처절한 외로움을 느꼈다.

이 세상에 나 혼자라는 절망감도 느꼈다.




불안하고 두려운 마음동요가 어느정도 잦아들자

내 마음의 소리를 들었다.


넌 혼자가 아니야


마음 공부를 시작할 무렵

나는 타인의 잘못이 아닌

내가 바라본 잘못된 선입견이 있다는 걸 알았다.

내면의 나스스로를 바라보기 보다

타인에 시선에 더 신경을 쓰고

그들의 감정이나 행동에 집중하다보니

나의 행동은 어색하고 부자연스러웠다.

나를 감추고 본 마음과 행동이 불일치할 때가 많았다.

상당히 피곤한 일이고

상대도 그런 나의 에너지를 느끼니 불편하다.


나에게 당당해지는 마음,

솔직하고 그대로 바라볼 수 있는 마음,

타인과 상관없이

온전한 나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나에게 어울리지 않고 불편한 자리는 피하고

내가 좋아하는 관심사를 찾아

같이 이야기하고

비슷한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독서 모임도 찾아가고

명상 모임도 찾아갔다.


내가 좋아하는 일에는

나의 얼굴에 미소가 띄어지고

흥분되어 말도 많아진다.

같이 공감되는 사람들이 좋아진다.

에너지들이 상생하며

더욱 활기차고 사랑스러워진다.

내 마음에 거스름이 없으니

어깨도 활짝 펴지고 점점 커지고

한없이 자유로워진다.



살면서  내주변에 나를 온전히 인정해주는

그런 인생의 친구들을 만날 수 있다는 건

커다란 행운이다.


인생이

자신만의 성공과 행복을 찾아가는

여정이라면

함께 내가 가진 생각을 소통하고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그 누군가가 있다는 건

이미 성공과 행복을 가진 것 아닐까?


나에게 뇌종양이라는 사건이 부딪쳤을 때

누구보다 마음 떨며 같은 공감을 해주고

회사 월차를 써가며 만나러 와주고

나의 어리석은 마음에 호되게 혼도 내주고

함께 무거운 마음을 털고 웃을 수 있는

친구들이 있어 너무나 감사하고 행복하다.


난 결코 혼자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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