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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인드저널 Jul 14. 2022

상대에게 위로가 되는 말, 무기가 되는 말

아픈 사람들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는 법

일주일 동안 많은 생각이 오고 갔다.

생각보다는 감정이 오고 갔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다.

내게 닥쳐온 병명의 선고는

사형선고쯤은 아니나 

무거운 형량쯤 되는 그 구간으로 

비중 있게 나를 강타했다.


억울한 심정에 남편에게 

그동안 못 했던 말을 쏟아놓았다.

참고 참고 또 참았던 말들이 쏟아지니

상대에게는 더없이 아프게 꽂혔을 것 같다.

무거운 저 밑바닥 무의식에서 케케묵은 감정까지

억울함과 비참함을 드러내니 

그 언행도 칭찬받을만한 행동이 되지 못했다.

그래도 일말에 후련함이 찾아왔다.

속에서 부글부글 끓고 있던 감정이 

누그러들고 이내 평온이 찾아왔다.


주변 아는 지인들이 하나둘씩 내 상황을 알게 되었다.

그들의 반응들이 제각각이어서 재미있다.


어떤 이는 자신의 병도 더 아프다며 

요즘 힘들었던 자신의 상황들을 풀어놓는다.

나 혼자만 아픈 게 아니란 걸 말하고 싶었던 걸까? 

그들의 아픔이 내 병보다 훨씬 크게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타인의 마음인 걸까? 

아니면 동병상련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던 걸까?


어떤 이는 자신의 주변 누구누구도 그 수술받고 

지금 너무나 멀쩡히 잘 산다며 

너무 걱정 말라고 다 잘 될 거라고 말한다.

나이가 좀 먹다 보면 이병저병 하나씩 갖고 사는 게 

사람 사는 거라며 가볍게 생각하라고 한다. 


어떤 이는 정말 깜짝 놀라며 큰일이나 난 듯 얘기한다.

큰 수술은 함부로 하는 게 아니라며 웬만하면 

그냥 몸에 칼 대지 말고 다른 방법을 써보라고 권유한다. 

뇌를 한번 여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니 

후유증을 무시할 수 없다는 얘기다. 

온 병은 마음에서 오는 병이니 한적한 곳에서 요양하며

마음 편하게 스트레스 푸는 것이 제일이라고 한다.


또 어떤 이는 말없이 매일 아침 안부 문자를 넣어준다. 

오늘 컨디션은 어때? 하고 물으며

좋은 음식이랑 좋은 생각하고 힘내라며 메시지를 남긴다. 

좋은 동영상도 링크 걸어준다.


모두 모두 감사한 말들이다.

혼자라는 외로움이 없도록

내게 더없이 고마운 사람들이다.



그런데 그들의 말에 왠지 모를 불편함이 느껴졌다.

그들이 위로하고 싶은 마음이란 걸 이해하겠는데

내 감정이 진정되고 편안하지 않았다면 

그들의 말이 내 생각과 달라 오히려 더 피곤하고 

마음에 거슬려 불편하게 다가올 수도 있었겠다란 생각이 들었다.


난 그들에게 어떻게 대했었는지 

다시 나를 되돌아보게 한다.

내가 상대를 위로한다고 

내 짧은 경험이나 견해를 먼저 

상대에게 제시하지는 않았을까?

내가 어떤 도움이 될지 과거를 더듬어

이것저것 상대에게 던지고 

필요한 거 있으면 말하라고 말하지 않았을까?


난 어떤 말이 듣고 싶었던 걸까?


내 감정과 상대의 감정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나는 지금 불안하지 않은데

걱정 말고 편안히 생각하라는 말은 

나에게 적합하지 않은 말이다.

이미 수술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수술의 후유증이나 수술 외 방법들을 늘어놓는 것이 

필요하지 않은 말이다.

긍정적 마인드가 좋다지만 

파이팅! 힘내! 잘 지나갈 수 있어란 말도 

엄청나게 버거운 요구이다.



상대를 위로하는 말 기술은 필요하지 않다.

그저 함께 한다는 마음이 전해지기만 하면 된다.

어떠한 미사여구나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


지금 어떤 생각이 들어?

힘들진 않아? 

슬프거나 걱정되는 건 뭐야?

그렇구나. 그랬었구나. 그렇게 생각하는 건 당연해.


마음을 읽어주고 공감해 주는 것이다.

상대의 거울이 되어 그대로 받아주는 것이다.

내가 무엇이 도움이 될지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무엇이 필요한지 묻고 들어주는 것이다.

순서가 바뀌었으니 자꾸 어긋난 방향으로 나아간다.


마음이 없으면 절대 상대의 이야기를 들을 수 없다.

상대의 이야기보다 내 이야기하고 하는 게 더 급하다.

난 그렇게 살아왔다.

상대를 위한 말이랍시고

내가 생각한 대로 나의 잣대로 

그들을 평가하고 결론을 지어 말했다.


말은 상대를 이해하려는 사람들의 도구이다.

도구는 약이 되지만 독이 되기도 한다.

난 상대에게 약이 되는 말을 하고 있는가?



남편에 대한 내 마음은

그동안 못 했던 말들이 폭발한 것 같다.

독화살이 되어 그대로 무기가 된 말이 되어버렸다.

나도 남편의 마음을 물어보고 

들어주려 하지 않았던 것 같다.

관계의 불통은 의사전달 방식의 불통이다.

마음은 표현하지 않고 전달하지 않으면 알지 못한다.


지금의 이 시간들이

내게 꼭 필요한 시간임을 깨닫게 한다.

그동안 내가 못 알아챈 것들을

다시 한번 되짚어 생각하게 한다.


오늘 병원에 입원한다.

어제 pcr 검사를 마쳤다.

입원 준비사항을 하나씩 챙긴다.


삶은 이어져 

내게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가고 있다.

가만히 내려놓는다.

나를 내맡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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