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Dear my Sorrow 2
그 애,
고등학교 1학년 재학 중인 건우는
오빠가 쓰다가 우리 아들 진명이가 쓰던 방의 세 번째 사용자가 됐다.
옷이든 책이든 오빠의 흔적이 희미하게나마 남아있고
우리 아들의 그것도 있는데
책꽂이에 건우의 교과서가 꽂히고
옷장에 옷이 걸림으로써
건우의 존재가 그 방에 스며들고 있다.
말로만 전해 듣던 아들에게
매일 아침밥을 먹이고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인사를 받고
저녁에 돌아오면 또 상을 차려내고
매일 이불을 폈다 갰다 하면서
방 안의 공기든 먼지 또한 풀썩거리고
문이 열렸다 닫혔다 하면서
사람의 기운이 채워지며
부스스 다시 살아나고 있다.
엄마도, 우리의 우물 같은 집도.
두 늙은 사람이 꼭두새벽부터 깨어나면
하릴없이 길고 긴 나날들인데
어차피 먹는 밥상에
국그릇, 밥그릇, 수저와 젓가락 하나씩 더 챙겨 올려
함께 먹는 아침
우리 아들 맛있어?
자동으로 나오는 물음에
네 맛있어요.
대답할 때
꼭 함께 보여주는 웃음이 나쁘지 않다.
어디 사는 누군 줄 알고 모르는 사람을 덥석 집에 들인 거 아니냐며
남편도 아이들도 걱정을 늘어놓았지만
대면하지 않으면 알 수 없고 느낄 수 없는 게 있기 마련이지.
무엇에 겨워서
그런 밤에 어린 몸으로 술을 먹고
누구의 주먹에 맞아 시퍼런 눈두덩이 꼴로 헤매다가
난데없이 엄마냄새를 맡았다며
살게 해 달라는 아이의 마음을
왠지 알 것 같은 측은함에
이건 또 무슨 국면인지 알 수 없으나
들여 보기로 했다.
근데 혹시 얘도
지 집에서 그냥 나온 거 아냐?
기회 봐서 사정 이야기는 한번 들어봐야 할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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