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 나의 행복, 살아있는 선택

세상은 희생이라 말하고 나는 기쁨이라 부른다

by 혜솔 황보영


나의 행복은 채우는 일이 아니다. 이미 내 것이 된 생(生)의 무게를 끝까지 책임지려는 태도이다.

오래전부터 나는 나를 쪼개어 나누며 살았다. 부모라는 뿌리에, 형제라는 가지에, 남편과 자식이라는 잎새 위에 내 안의 수액을 아낌없이 흘려보냈다.


세상은 그것을 희생이라 불렀으나 나는 나의 기쁨이라 명명한다. 선택의 자리마다 희망의 불빛이 있었기에 누구도 원망하지 않았고 미움의 가시를 품지도 않았다. 내 삶의 문장을 타인의 주어로 쓰지 않는 것, 그것이 내가 일구어온 행복의 중심이다. 나를 내어주는 순례 중에도 나 자신을 온전히 존중해 온 일은 내 생에 달린 가장 조용한 훈장이다.


이러한 사유의 토양 위에 어린이집이라는 터전을 일구었다. 그곳은 아이를 맡기는 기능적 공간을 넘어 아이와 어른의 마음이 함께 자라는 숲이다. 아침이면 아이들은 엄마 품에 안기거나 손을 꼭 붙잡고 들어온다. 문을 여는 순간, 아이의 몸보다 빙그레 웃는 얼굴이 먼저 도착한다. 나는 입꼬리가 귀에 닿을 만큼 반갑게 아이들을 맞이한다. 초인종을 스스로 누르고 싶어 까치발을 드는 아이, 이제 키가 컸다며 현관 비밀번호를 직접 누르는 일에 한껏 뿌듯해하는 아이. 그 작은 성취의 얼굴들을 바라보는 동안 행복은 말이 되기 전에 이미 마음에 내려앉는다.


나의 일터는 매일 아침 사랑이라는 볕을 쬐고 진심이라는 물을 주어 가꾸는 정원이다. 그곳에서 행복은 활자 속에 갇힌 이론이 아니라 아이의 보드라운 뺨에 닿는 온기이다. 나의 행복은 굳이 확성기를 빌려 크게 외치지 않아도 좋다. 정적 속에서도 선명하게 피어올라 시든 한 사람의 생을 살려내고 고단한 이의 하루를 적시는 조용한 기운이면 된다. 나는 오늘도 그 삶을 기꺼이 다시 선택한다. 설명하는 말보다 먼저 살아내는 하루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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