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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첫눈! 가슴속에 쓰는 시

겨울 그 첫 손길

by 아침햇살영


첫눈 가슴속에 쓰는 시

황보영


하늘이 겨울의 침묵을 깨뜨리고

숨죽인 새벽을 가르며

세상 끝까지 흰 눈으로 덮었다


새벽은 고요히 흰빛을 두르고

잠자는 대지의 가슴을 두드린다

아침의 문틈을 밀치며

하얀 겨울이 나를 삼킨다

KakaoTalk_20241127_221031471.jpg 청계산의 아침 전원 마을 설경

차가운 공기 속에서

따스하게 차오르는 온기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투명한 눈발처럼 퍼져간다

KakaoTalk_20241127_221127227_01.jpg 습설 위에서 호기심에 첫눈을 반기는 아이들 모습

삽을 들고 마주한 눈더미는

질척이는 몸을 늘어뜨린 채

툭, 둔탁한 숨을 내쉬며 버틴다


슬라이스처럼 퍼지는 은빛 조각들

눈밭을 쓸어내리듯

내 마음도 은근히 녹아내린다


망설임 끝에 터져 나오는

웃음처럼 쌓인 눈 위로

미끄러지며 내려앉는 추억

오늘의 삶은 새하얗게 새겨진다

20241128.jpg 국수리 눈 덮인 전원 마을

순백의 눈발 아래

심장은 겨울 호수처럼

잔잔히 흔들리며

영혼을 감싸 준다


그 울림은 투명한 메아리 되어

오늘을 비추고

첫눈의 흔적처럼 조심스레

삶의 길 위에 내려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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