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상승추세 Feb 03. 2024

프롤로그

아파트 가치 분석을 시작하게 된 계기

제가 구상하고 있는 분석/평가법을 구체화하기에 앞서 왜 내가 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는가에 대해 밝히고자 합니다. 저는 지금 일기를 쓰는 게 아니고 궁극적으로는 이 방법론을 많은 분들에게 알릴 목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제가 어떤 배경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앞으로 저와 같이 방법론을 고민하고 study  하실 분들에게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짧지만 허접하며 많이 고민했지만 실수 투성이라고 볼 수도 있는 저와 제 아내의 투자기일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저는 용인 신갈에 아주 낡은 아파트(96년 입주)를 1억 4천만 원에 샀던 이력이 있습니다. 주위에 아무것도 없고 학군도 별로며 교통도 안 좋습니다. 오래된 주택가와 고가도로 사이에 있는 300세대 정도의 아.파.트...2006년 정도에 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 아파트는 1년에 천만 원씩 꼬박꼬박 올랐다는 것입니다. 중간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아파트 덕분에 저는 모든 아파트는 무조건 오른다는 환상을 가지게 됩니다. (부동산 공부를 조금은 하고 시간이 흐른 뒤에 그 시절이 개집도 가격이 오르는 시절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결혼을 하고, 아내가 살던 조그만 아파트에서 잠시 신혼 생활을 하고 저희는 근처에 분양을 받습니다. 아파트는 무조건 오른다는 착각 속에 말이죠. 2011년에 미분양 아파트를 분양받게 됩니다. 남들 아파트는 다 오르는 것 같이 보였던 2016년까지 이 아파트는 오히려 가격이 떨어졌습니다. 230세대 정도의 수원 영통도 아닌 용인 흥덕도 아닌 중간에 애매하게 끼여 있는, 그리고 초등학교는 8차선을 건너서 가야 하는 아파트. 절대로 하지 말라는 미분양 아파트, 바로 옆에 시멘트 공장이 있고, 좋은 브랜드도 아닌 그냥 그런 아파트... 입주 후 3년 보유 후에 손해를 보고 팔았습니다.


1차 시도는 결국 F학점
미분양 아파트, 나 홀로 아파트, 시 경계 사이의 아파트, 공장 옆의 아파트


나 홀로 아파트에 사는 동안 옆에 흥덕이 있어 아이들 어린이집을 흥덕으로 보냈고 마트나 소아과도 흥덕으로 보냈습니다. 그 동네가 괜스레 좋아 보였습니다. 여러 가지 편의 시설이 모여 있는 것 같아서... 어느 날 갑자기 흥덕 길거리에 전철이 들어온다는 플랭카드가 붙기 시작했습니다. 아내와 저는 그걸 보는 순간... 이거다. 전세 끼고 사자라고 결정을 했습니다. 있는 신용 없는 신용 영혼까지 탈탈 털어 난생처음 갭투자 단행... 근데 사고 나서 보니 인덕원선 드리프트를 유발하는 게 흥덕역이고 인덕원선 자체도 정치노선이라 언제 개통할지도 모르는 그런 전철이었습니다. 교통 호재나 개발 호재는 반드시 첫 삽 뜨고 나면 투자 들어가야 한다는 사실을 그때는 저는 몰랐네요. 3년 정도 거주를 했었고 사실 거주 만족도는 나쁜 편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사실 지나고 나면 추억은 아름다워~~ 내가 사는 동네가 제일 좋은 동네, 내가 있던 군대가 가장 빡센 부대... 그런 느낌) 막상 자주 가지도 않았던 바로 옆의 호수공원 덕분에 그냥 좋았던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고... 하지만 매매/전세 둘 다 1년 남짓 한 기간 동안 2천만 원 정도의 시세 상승... 엄청 집값 올랐다고 했던 2015~2016년 그 사이에... 사실 여기는 전세로 들어오고 광교에 투자를 했었어야 한다는 사실을 시간이 한참 흐른 후에 저희 부부는 알게 됩니다.


2차 시도는 D학점
호재는 공사 시작하고 나서... 투자 필요
실거주와 투자를 분리하면 더 좋고...


바로 옆 동네 광교의 아파트 값이 미친 X 널뛰듯이 뛰는 걸 보면서, 아... 저기로 눈을 돌려야겠다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아내가 광교 중흥 S클래스가 분양을 하니 모델하우스를 가자고 했었습니다. 살 돈도 없는데 왜 가냐며 불만이 있었지만 저는 순종적인 남편이기에 어린애들 둘을 들쳐 엎고 그곳에 갑니다. (가니까 줄이 이백미터 정도 서 있던데 갓난 아기 들쳐 엎고 오셨다며, 그냥 대기 없이 진입) 청약도 넣었습니다. 그렇지만 수백 대 일의 경쟁률을 뚫지 못하고 역시나 떨어집니다. 당근 아무 생각 없이 84를 했습니다. 제일 싸니까... 난 돈이 없으니까... 제 부서의 후배는 거기에 당첨이 됐다고 하더군요. 경쟁률 제일 낮은 109B는 경쟁률이 4:1이었고 부부가 둘 다 넣으니 결국 2:1 확률이었습니다. 당연히 109에도 P는 붙어 있습니다. 청약 전략이 뭔지도 모르는 흥덕 순진남이었네요... 하지만 이후에 두 달 동안의 광교 분석과 고민에 고민 장고에 장고를 거듭하여 P를 주고 분양권을 구매합니다. 첫 분양권 투자입니다. 이번 투자를 위해 저 위에 있던 나 홀로 아파트를 손해를 보면서까지 팔아야 했던 것이었던 것입니다. 조금 숨겨두었던 영혼까지 탈탈 털어 대출을 더 받은 것은 물론이었습니다. 이때부터 무리한 대출은 삼가는 것이 좋다는 조언은 귓등으로 듣기 시작합니다. 아무튼 분양권을 산 것까지는 좋았으나, 난 돈이 없다는 핑계로 안 좋은 향, 타워형을 사게 됩니다. 개인적인 취향이 타워형을 선호하기는 하나... 그래도 잘했던 점은 고기도 먹어본 놈이 먹을 줄 안다고 아파트도 오르는 놈이 더 오르더라입니다. 다행히 아파트 선택은 잘한 편으로 더샵, 아이파트 대비 중흥이 그때 당시 이미 P가 더 높은 상태였지만 그 차이는 더 벌어지고 있습니다.


제3차 시도는 B학점
이왕이면 다홍치마 이왕이면 판상형
막강 입지의 경쟁력, 약간의 P를 아까워하지 말 것
아파트 청약에도 전략이 있다는 사실


이 정도 집을 사게 되면 이제 집 사는 게 무슨 취미인 양... 한 채 더 사고 싶다는 갈증에 시달리게 됩니다. 그리고 부동산 카페와 블로그를 두서없이 기웃거리기 시작합니다. 그날도 부동산 카페를 기웃거리던 중 동백에 갭투자가 들어가고 있다는 글을 접하게 됩니다. 실제로 시세를 찾아보니 천만 원이면 투자가 가능하겠다는 결론에 도달. 바로 가족들과 함께 여기서 차로 십분 이면 가는 동백을 부담 없이 구경을 갑니다. 동백역 근처를 몇 집 돌아보고 왠지 정이 안가 집에 갈까 하다가 처음에 봐두었던 20평대 단지로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가보게 됩니다. 간 김에 집도 두어 채 구경을 합니다. 마침 싸 보이는 집도 보게 됩니다. 하지만 저는 쫄보라 고민을 더 해보자며 부동산에 인사를 하고 차를 타고 집으로 오는데, 아내가 차 돌리라며... 순종적인 남편인 저는 결국 그날 그 집을 사버리게 됩니다. 임대로 십 년간 돌린 집이라 여기저기 수리가 많이 필요하긴 했으나, 옥탑방이 있어 탑층임에도 불구하고 좋아 보였습니다. 공사비 세금 합쳐도 천칠백이 면 되겠다 싶어 계약까지 하였으나, 주변에 기흥 역세권 말고도 역북지구 등 입주 물량이 많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수요 공급에 대해 아무 개념이 없던 흥덕 순수남... 갭투자자가 많이 들어오면 임대 맞추는 게 어려워진다는 사실도 후에 깨닫게 됩니다. 무조건 갭이 작다고 들어가면 나중에 고생할 수 있다는 사실도 후에 깨닫게 됩니다. 그나마 동백 세브란스 공사 재개 결정 난 건 평소 내가 교회를 열심히 다녔기 때문이라고 스스로 쓰담쓰담... 전세 품귀 확인하고 들어간 덕분에 전세는 3일 만에 빠졌으나, 2년 후에 기흥 역세권 입주 시기와 겹칠 텐데 그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이후 1년 만에 매도하게 됩니다. 기흥 역세권 입주가 너무 무서웠던 쫄보라.)


4차 시도는 C학점
주변 입주 물량확인은 필수, 호재는 첫 삽 떠야 호재
갭 작다고 들어가면 2년 후에 개고생 가능


동백은 얼마 안 들어갔으니 투자 안 한 거나 마찬가지라며 스스로 세뇌시키다 여기저기서 분당이 지금 들어갈 타이밍이라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어머... 이건 꼭 사야 돼...라는 자기 주문과 함께 또 분당으로 아내와 함께 구경을 갑니다. 우리 부부는 가면 그냥 역시나 사버립니다... 일주일 정도 회사 업무 전폐... 몰래 인터넷 검색, 일주일 동안 밤새 잠 안 자고 분당 스터디... 분당은 학군이야를 외치며 푸른 마을을 가기는 했지만 단순히 특올수리된 집에 혹해서 2층 사이드 집을 사버림... 전세를 최고가로 맞추면 5천으로 구입이 가능하다고 해서 사긴 했으나, 전세가를 최고가로 맞추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고수들의 조언을 역시나 귓등으로 들으며... 아 몰라 나 돈 없어 투자금 최소화가 최고야... 그렇게 계약을 해버립니다. 재건축을 보고 들어간 건데, 재건축은 언제 될까요... 30평 후반이 좋다고 들었는데 아 나 돈 없어를 외치며 32평으로 사버리고... 제 퇴직금이다라는 생각으로 10년 이상 묵혀야 되는데 과연 잘 견딜 수 있을지 라는 생각으로 샀는데, 지금 이 동네에서 5년째 거주 중. 10년 가까이 지난 건 맞는데 이제 신도시 재건축 특별법이다 뭐다 바람이 조금씩 부는 정도. 재건축되려면 앞으로 10년은 더 있어야 할 듯요.


5차 시도는??(10년 더 지나 봐야 알 듯)
용적률/대지지분의 중요성, 선점의 효과
전세가 최고가 세팅은 노노


사실 2차 시도부터 5차 시도까지는 불과 1년 3개월 정도 사이에 일어난 일입니다. 어느 날 정신을 차려보니 자산이 근 20억, 그런데 부채가 거의 90% (전세도 일종의 부채, 중도금도 일종의 부채라 보고...) 과연 내가 잘하고 있는 건지 이래도 되는 건지 근본적인 고민이 들기 시작... 사실 일 년간 부동산 관련 블로그나 카페를 열심히 읽었고, 작년에 잘 팔렸던 책들도 읽어보긴 했으나, 내가 잘하고 있는 건지 내가 산 아파트가 잘 산 아파트인지에 대한 답을 얻기는 조금 어려웠습니다. 거시적인 예측이나 전망에 관한 내용들은 많으나, 미시적인 다시 말해 내가 산 동네 내가 산 단지에 대한 전망을 알기는 어렵다는 사실, 호재나 입지를 통해 정성적인 가치를 말하기는 하나 가치를 정량적으로 뽑아주는 방법은 찾기가 어려웠다는 점. 저평가된 아파트를 사라고 조언을 하나 그래서 내가 산 아파트가 몇 점인지 몇 점을 받아야 저평가인지 알려주는 분은 안 계시더라 라는... 이런 한계점을 가지고 우리 부부가 가지고 있는 아파트에 대해 평가하는 법을 고민해 보기로 했습니다. 아파트 단지 단위로 보고, 가격이 오를만한 아파트는 무엇이고 오를 수 없는 아파트는 무엇인지...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