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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성인ADHD에 대한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

내 ADHD에 대해 떠들어 댈 대나무숲이 필요했다.

by 민민

"나는 사실 ADHD가 있다"고 주변에 떠들고 싶었다.

단순히 말하고 싶다는 기분을 넘어 아주 그냥 떠벌떠벌 떠들고 싶은 그 충동을 참기가 힘들 지경이었다.


이유는 모르겠고 그냥 말하고 싶었다.

힘들었겠구나 하는 위로를 바라는 것도, 그래서 그랬구나 하는 이해나 동정을 바라지도, 그래도 이렇게 멋지게 살고 있구나 하며 치켜세워주기를 바라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누구든 친구들을 만나고 집에 돌아온 뒤 '아 그 얘기는 하지 말 걸'한 적이 있지 않은가?

나에게 이것도 뭐 그와 엇비슷한 느낌이 아닐까 싶다.


누구에게 가장 이야기하고 싶은지 고민해 봤는데, 친구도 가족도 아닌 회사 팀원들이다.

이유는 깊이 고민해 봐도 아직 찾지 못했다. 친구도 별로 없는 내 대화의 대부분의 지분을 차지하는 사람들이라서 그런가?


사람들은 남의 이야기에 관심이 없고, 부정적인 이야기는 약점이 될 뿐이다.

사람들은 남의 이야기에 관심이 없고, 부정적인 이야기는 약점이 될 뿐이다.

사람들은 남의 이야기에 관심이 없고, 부정적인 이야기는 약점이 될 뿐이다.


이 말을 되뇌이며 내 ADHD를 고백하고 싶은 충동을 미약한 이성으로 꾹꾹 눌러 담았다.


터지기 일보 직전의 충동을 가지고 살던 어느 날, 한 팀원이 새해 목표로 글쓰기 동호회를 찾는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래서 내가 "그럼 브런치에 글을 쓰는 건 어떠세요?" 라고 하고 물으니, 어딘가에 공개하기보다 스스로 쓰고 싶다고 하셨다. 그때는 그냥 그렇구나 하고 말았다.


퇴근하고 집에 돌아가니 내 ADHD가 여느 날처럼 그 날 있었던 일들을 하나하나 머릿속에 꺼내어 복기시켜 줬다. 그 팀원과의 대화를 떠올리자, '브런치를 안 쓴다니 왜 안 쓰지??' 하는 생각이 스쳤고, '응? 그럼 내가 써볼까? 맞아 내가 쓰면 되잖아!!! 당장 내 ADHD에 대해 써야겠어' 하는 생각이 머리를 내려쳤다.


다음날 굉장히 충동적으로 작가 심사에 제출할 글을 쓰기 시작했다. 글을 3개까지 낼 수 있었지만 마음이 다급해 딱 1개를 30분 만에 작성해서 제출했다. 그게 바로 내 첫 글이다. (01화 성인 ADHD를 의심하게 된 계기) (아주 허접하기 짝이 없다.)


심사를 제출하고 브런치에 성인ADHD 글이 있나 찾기 시작했다. 그런데 대부분 유년기나 청소년기ADHD에 대한 글이었다. (지금 보면 성인ADHD에 대한 글이 굉장히 많은데, 그때는 급한 마음에 찾지 못해 내가 블루 오션에 침투한 주인공이 된 기분이었다.)


그리고는 브런치 작가 심사 성공 후기를 찾기 시작했다. 그런데 글 소개에 목차를 쓰는 것이 좋다고 했다. 응? 전혀 몰라 두 줄의 글 소개 정도를 작성한 나였다. 다급하게 수정을 시도했는데 친절한 브런치팀은 수정 기능을 만들어 두었더라. 덕분에 글을 쓸 때 전혀 생각치도 않았던 목차를 써 내려갔다. 갑작스러웠지만 하고 싶던 말들이 하도 많아서 줄줄이 써 내려갔다.


후기에서는 글도 3개를 다 채우는 것이 좋다고 했다. 그런데 도저히 당장 3개의 글을 쓸 마음은 들지 않았다. 딱 글 1개에 목차를 수정할 만큼의 의지만 있던 나는 그대로 두고 결과 발표를 기다렸다.


1년에 책 한 권도 제대로 읽지 않는 내가 통과될 리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주말 제출 후 화요일 발표가 날 때까지 메일함을 50번은 들락날락거렸다. 그리고는 퇴근 1시간 전 합격 메일을 보고 사무실에서 육성으로 악 소리를 질렀다.


세상에, 세상에,,, 내가 작가라니!


드디어 내 ADHD에 대해 떠들어 재낄 수 있다니!!!!!!!!!


성취감과 기대감에 두근두근거려 미칠 지경이었다.


드디어, 드디어 내 ADHD에 대해 떠들어 댈 대나무숲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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