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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일지

아프지 않은 청춘이 되고 싶다

by 겨울나무


나는 글을 쓰기 전까지 내 감정을 줄곧 무시해 왔다. 힘들다는 감정은 사치처럼 느껴졌고, 무력함은 나약함의 다른 이름이라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들도 다들 이 정도는 버티며 살아가고 있을 거라는 억지 위안 속에, 내 아픔은 늘 뒤로 밀려났다.


직장에 다닐 때는 매일 반복되는 야근에도 별다른 불만 없이 스스로를 다그쳤다. '이 정도는 누구나 겪는 일이다.'라는 생각으로, 인원 충당 없이 모든 업무를 맡게 되어도 그저 묵묵히 받아들였다. 누군가는 나를 쓸모없는 존재라고 말했지만, 그조차도 내 탓이라고 여겼다. '내가 더 잘하면 되겠지.' 그렇게 스스로를 몰아붙이며 버텼다.


아르바이트를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정규직이 아닌 채 하루하루를 보내며 마음이 지쳐갈 때도, '직업도 없이 쉬는 주제에 뭐가 그리 힘드냐'라고 스스로를 비난했다. 잠깐의 여유조차 죄책감으로 덮였고, 힘들다는 말을 꺼내는 게 부끄럽게 느껴졌다.


하지만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나는 비로소 나 자신에게 솔직해질 수 있었다. 단어와 문장 속에 감정을 담아내다 보면, 억눌러왔던 마음이 조금씩 흘러나왔다. 그동안 무시해 왔던 슬픔, 외로움, 그리고 무력감이 글 속에서 조용히 고개를 들었다. 그렇게 나는 내 감정을 인정하는 법을 배웠다.


사실, 누구나 힘들다. 그러나 그 힘듦의 무게는 각자 다르고, 비교할 수 없는 것이다. 누군가의 고통이 더 크다고 해서 내 아픔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건, 그 감정을 외면하지 않는 것. 나약함을 인정하는 순간, 오히려 더 단단해질 수 있다는 것을 나는 글을 통해 알게 되었다.


이제는 힘들면 힘들다고 말할 수 있다. 무력함에 짓눌릴 때면 그 감정을 글로 써 내려가며 나 자신을 다독인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그렇게 나는 글 속에서 나를 치유하고, 다시 일어설 힘을 얻는다.


나에게 글쓰기란 더 이상 단순한 행위가 아니다.


글은 나의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자, 잊고 지냈던 나를 마주하는 창이다. 문장 하나하나에 내 과거와 현재가 녹아들고, 그 속에서 나는 나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된다. 글을 통해 흘러나오는 감정들은 나를 괴롭히는 것이 아니라, 나를 성장시키는 자양분이 되었다.


글은 나에게 작은 위로가 되었고, 때로는 가장 솔직한 친구가 되어 주었다. 누구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었던 이야기들이 종이 위에 내려앉으며, 더 이상 혼자가 아니라고 말해주었다. 그리고 그 글을 읽는 나 자신이, 가장 진실한 청자가 되어주었다.


이제 나는 안다. 글이란 단순한 표현의 도구가 아니라, 나를 살아가게 하는 숨결이라는 것을. 글을 쓰며 나는 나를 더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부족한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용기를 얻었다. 그렇게 글은 나의 삶의 일부가 되었고, 앞으로도 나를 지탱해 줄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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