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면하며 살아간다
휴대폰 화면을 가리키는 내 손끝이 이상하게 무겁다. 나는 여전히 그 작은 네모상자 안에 갇혀 있다. 매일 같은 화면, 반복되는 영상들. 알고 있다. 이런 게 나를 어디로 데려갈 수 없다는 걸. 내가 그곳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멈출 수 없다. 현실은 너무 버겁다. 무언가를 하려고 해도, 무기력하게 흘러가는 시간만큼 내 마음도 천천히 굳어간다.
어머니는 나를 걱정하시지만, 나는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이다. 나는 그분의 목소리도 가끔씩 차단한다. "뭐가 그렇게 힘든지 모르겠다"는 말에, 나는 대답하지 않는다. 대신, 화면을 다시 만지작거리며 리모컨처럼, 손끝에 쥔 이 작은 기계에서 빠져나갈 구멍을 찾는다.
그 작은 화면 속에선 사람들이 행복해 보이고, 모든 것이 손쉽게 해결되는 듯하다. 다른 사람들이 고민하지 않는 삶을 살아가는 모습은 나를 잠시 숨 돌리게 하지만, 또 알게 된다. 이건 거짓말이다. 나도 알고 있다. 내가 이런 시간들을 죽이며 보내는 게 결국 나를 아무 데도 데려가지 않는다는 걸.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현실은 나를 묶어둔다. 어머니가 계속 전화를 걸어도, 내 손은 여전히 화면을 움켜쥐고 있다. 누군가는 나를 구해줄 거라고, 누군가는 나를 더 나은 곳으로 이끌어 줄 거라고 믿고 싶지만, 그 믿음도 이미 사라져 버린 것 같다. 오직 그 작은 네모상자 안에서만 내가 숨을 쉴 수 있고, 그 안에서만 나를 덜어낼 수 있다.
어머니는 늘 내게 말한다. "너, 이렇게 살아서 행복할 거라 생각해?" 그런데 그 말도, 나에게는 하나의 소음일 뿐이다. 다시 한번 휴대폰을 켜고, 끝없이 스크롤을 내린다. 차라리 이게 나을지도 모른다.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욕망은 더 커지고, 그 욕망을 만족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지금도 여전히 그 화면 속에서 찾아지지 않는다.
그렇게 나는 하루하루를 지운다. 시간을, 감정을, 꿈을. 그리고 그때마다 나는 그 작은 네모상자 속에서 멀어져 가는 내가 되어 간다. 결국, 나는 그곳에 속아가고 있다. 내가 잃어버린 것들을, 나는 계속해서 덮어버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