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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버타] 재스퍼, 밴프 국립공원

산불 속을 뚫고 만난 ‘신들의 정원’

by Mr 언터처블

“운전대 잡은 손에 땀이 찼다. 설렘일까, 긴장일까. 아니면 2,000km가 넘는 대장정을 앞둔 가장의 본능적인 공포였을까.”


2023년 8월, 우리 가족은 캐나다 로키(Rocky Mountains)라는 거대한 전설 속으로 자차를 몰고 뛰어들었다. 재스퍼에서 밴프까지 이어지는 4박 5일의 여정.


사실 로키라면 이미 구글 이미지로 수천 번은 봤기에 ‘미국에서 본 그랜드 캐년이나 브라이스 캐년 같은 느낌이겠지’라며 조금은 거만하게(?) 출발했다.


하지만 로키는 미국의 거대한 캐년들을 한데 모아 압축시킨 뒤, 그 틈새마다 에메랄드빛 빙하와 호수를 콸콸 부어 만든 ‘자연의 끝판왕 콜라보레이션’이었다.


서부시대 총잡이가 나올 듯한 황량함, 벨마운트


출발 전부터 복병은 있었다. 그해 BC주와 앨버타 경계를 집어삼킨 기록적인 산불 때문이었다. 캄룹스(Kamloops)를 지나 첫날 숙박지인 벨마운트(Valemount)에 이를 때까지, 창밖은 비현실적인 풍경의 연속이었다.


불에 타 앙상한 뼈대만 남은 나무들이 자욱한 연기 속을 스쳐 지나갈 때마다 매캐한 탄내가 차 안으로 밀려 들어왔다.


드디어 도착한 벨마운트는 묘한 긴장감이 흐르는 곳이었다. 당장이라도 서부시대 총잡이들이 튀어나와 맞짱을 뜰 것만 같이 휑하고 황량한 마을의 공기. ‘이게 바로 와일드 캐나다인가’ 싶은 경외심과 함께, 여행지에서도 산불의 여파가 계속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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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다행히 우리는 ‘황야의 무법자’를 마주치는 일 없이, 로키의 최고봉 롭슨 마운트(Mt. Robson)의 위용을 지나 로키의 첫 관문인 재스퍼 국립공원에 무사히 입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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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스퍼의 서브웨이, 그리고 ‘신의 한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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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 머물며 여행과 일상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내년 복직을 앞두고, 교사로서 다시 마주하게 될 영어와 교육의 이야기를 준비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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