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TV 광고 속에서 만난 든든한 영어 한 마디
요즘 캐나다 TV를 보고 있으면 유독 눈에 띄는 광고들이 있습니다. 한국 광고가 화려한 영상미나 유명 연예인의 이미지를 강조한다면, 이곳의 광고는 일상 속에서 누구나 겪을 법한 곤란한 상황을 보여주며 "우리가 너를 도와줄게"라는 메시지를 아주 간결하고 따뜻하게 던지곤 하죠.
어느 저녁, 거실 소파에 앉아 채널을 돌리던 중 흥미로운 광고 두 편을 보게 되었습니다. 광고 속 주인공들이 처한 상황은 달랐지만, 그들이 들은 위로의 한 마디는 제 귓가에 오랫동안 머물렀습니다.
먼저 본 광고는 캐나다의 한 자동차 보험사 광고였습니다. 비바람이 거세게 몰아치는 밤, 고속도로 한복판에서 차가 멈춰 선 주인공이 등장합니다. 갓길에 차를 세우고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채 보험사에 전화를 걸죠.
"차는 멈췄고, 여긴 너무 어두워요. 견인차는 언제 오나요? 수리비는 얼마나 나올까요?"
겁에 질린 목소리로 질문을 쏟아내는 주인공에게 상담원은 아주 침착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답합니다.
"진정하세요. 지금 바로 견인차를 보냈습니다. 현장 수리부터 렌터카 준비까지, 당신이 걱정하는 모든 절차와 비용은 저희가 이미 다 확인했습니다.
곧이어 나온 광고는 캐나다의 어느 대형 은행 광고였습니다. 이번에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죠. 이제 막 작은 카페를 창업하려고 준비 중인 한 청년이 주인공이었습니다. 대출 서류를 앞에 두고, 주변 사람들의 "요즘 경기가 안 좋다는데 괜찮겠냐"는 우려 섞인 시선에 청년은 잔뜩 위축되어 있었습니다.
그때 옆에서 묵묵히 카페 인테리어를 돕던 아버지가 아들의 어깨를 꽉 쥐며 든든한 미소를 지어 보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다 안 된다고 말해도, 아빠는 네가 끝까지 해낼 거라는 걸 믿는다. 무슨 일이 생겨도 아빠는 네 편이야.
광고 속 짧은 대사였지만, 이 두 표현이 가진 힘이 제 가슴에 확 꽂히는 순간이었습니다. 광고의 전체적인 맥락만 보면 두 표현 모두 "어쨌든 내가(우리가) 너를 도와주고 지지하겠다"는 훈훈한 의미로 비슷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상황에 따라 써야 할 구체적인 어감의 차이가 분명히 존재하죠. 하나는 닥친 문제를 빈틈없이 해결해 주겠다는 프로페셔널한 약속이고, 다른 하나는 어떤 상황에서도 네 편이 되어주겠다는 끈끈한 의리니까요.
특히 실생활에서 도움이 필요한 가족이나 친구에게 도움의 손길을 건넬 때, 단순히 "I'll help you!"라고 말하는 것보다 이 표현들을 사용하면 훨씬 더 구체적이고 든든한 확신을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럼 두 표현은 어떤 미묘한 맛의 차이가 있는지 상황별 표현을 통해 자세히 알아볼까요?
걱정 마, 내가(우리가) 다 처리해 줄게
보험, 통신사, 혹은 서비스 업종 광고에서 가장 흔히 들리는 문구입니다. 기업이나 단체의 서비스일 때는 We've를, 개인일 때는 I've를 주로 사용하죠. 상대방이 처한 곤란한 상황이나 필요한 비용, 절차 등을 모두 책임지고 해결하겠다는 의미입니다.
핵심 키워드: 문제 해결, 실무 중심, 빈자리 채우기
한국어 감각: "내가 다 카바 칠게!", "이미 손써놨어.", "넌 몸만 와, 나머진 내가 다 알아서 할게."
상황별 예문
서비스 센터에서: Don’t worry about the repair costs. We've got you covered. (수리비 걱정 마세요. 저희가 다 처리해 드립니다.)
파티를 준비할 때: You forgot the drinks? I've got you covered. (음료수 깜빡했어? 괜찮아, 내가 넉넉히 사 왔어.)
업무 지원: Leave the paperwork to me. I've got you covered. (서류 작업은 나한테 맡겨. 내가 다 끝내놓을게.)
걱정 마, 내가 네 뒤(등)를 지켜줄게
이 표현은 브랜드의 가치나 철학을 담은 광고, 혹은 가족이나 친구 간의 정서적 유대를 강조하는 장면에 자주 등장합니다. 뒤에서 공격받지 않도록 등(Back)을 지켜준다는 전우애 같은 느낌이죠. 실질적인 일 처리보다는 "나는 네 편이야"라는 정서적 지지와 보호가 핵심입니다.
핵심 키워드: 정서적 지지, 보호, 의리, 관계 중심
한국어 감각: "무슨 일 있어도 난 네 편이야.", "내가 네 뒤에 있는 거 알지?", "기죽지 마, 내가 있잖아."
상황별 예문
어려운 결정을 앞둔 친구에게: Go for it. No matter what happens, I've got your back. (한번 해봐. 무슨 일이 생겨도 내가 네 뒤에 있을게.)
팀 프로젝트에서: Don’t be nervous about the presentation. I've got your back. (발표 너무 긴장하지 마. 내가 뒤에서 서포트할게.)
위로할 때: You’re not alone in this. I've got your back. (넌 혼자가 아니야. 내가 지켜줄게.)
광고에서도 성우들이 말할 때 자세히 들어보면 I've나 We've의 've 발음을 아주 약하게 하거나 아예 생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I've got you covered ➔ I got you covered. (아이 갓 츄 커버드)
We've got you covered ➔ We got you covered. (위 갓 츄 커버드)
I've got your back ➔ I got your back. (아이 갓 유어 백)
실제로 대화할 때는 I got~ 혹은 We got~으로 시작하는 것이 훨씬 더 리드미컬하고 자연스럽게 들립니다.
친구 사이나 캐주얼한 상황이라면 고민 없이 've를 빼고 말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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