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MONG 1 - 프리하게 살고 싶어서 최종화
직장 다니는 남편의 가장 부러운 부분은 '휴가'를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점이다.
1년에 한 번 여름휴가 혹은 가족, 지인 관련 행사가 있어도 토요일까지 강의가 있는 경우는 당연히 참석할 수 없었다. 처음 휴강한 것도 결혼식과 신혼여행을 가기 위해서였다.
당시에는 일을 쉬어본 적이 없어서, 결혼식 당일까지 핸드폰으로 학부모님 상담을 하고 입장했다.
시간의 자유를 얻음과 동시에 자제력도 얻게 된다. 2년 전 남편이 코로나로 회사에 병가를 냈을 때는 월급은 정확한 날짜에 입금되며, 오히려 위로금까지 지급됐다. 결국 나까지 전염이 됐을 때는 오히려 학생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을까, 살얼음판이었고 마침 몇 달을 열심히 준비한 경기대회 당일 날 참석할 수 없었기에 죄인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더 서러운 것은 쉬는 만큼 수익도 마이너스가 된다.
남편은 간혹 회사를 쉬는 날에 장난처럼 했던 말, '나는 놀아도 돈이 들어온다'라는 말을 유독 부러웠다.
우연히 세븐틴의 멤버 부승관 님이 코로나 때문에 스케줄이 취소되고 불만을 토로하는 장면인데, 지금은 프리랜서의 길을 걷고 있는 제제님이 너무 행복했다는 말에 이해 못 하는 표정을 보인다.
딱 우리 부부의 모습이라 격한 공감을 느꼈다.
요즘 SNS를 봐도 개인의 개성이 중요하다고 느껴진다. 예전의 미디어는 방송국을 통해서 출현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누구나 자신의 채널을 만들고 촬영하고, 팬을 만들 수 있다.
개인의 취향이 중요해진 시대인 만큼, 다수의 취향이 아닌 소수의 취향을 존중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자신이 사장이자 직원이 된다.
직원은 딱 돈을 받은 만큼만 일하면 되지만, 사장은 일한 만큼 소득이 생긴다.
직원은 직장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일을 그만두면 되지만, 사장은 그만둘 수 없다.
프리랜서 나의 연봉을 높이기 위해서 많은 배움을 통해서 스스로 '사장'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가 내린 결론은 프리랜서는 이 두 가지가 전부 공존하는 것이다.
사장 + 직원 = 프리랜서
내가 원치 않으면 일을 그만두고 다른 곳과 계약해서 일을 할 수 있다.
내가 정한 수익만큼 일을 조정할 수 있다.
조금 씁쓸한 점은 회식을 나 혼자 해야 한다는 것이다.
남편이 회식을 하고 오거나, 여름방학이 끝났을 때 소소하게 집에서 육회와 연어를 배달시키고 혼자 하이볼 한 잔 하는 것이 조촐한 회식이 전부이다.
그렇게 10년의 길을 걸어왔다.
그동안 갑자기 닥친 시련으로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힘든 날도 있었지만, 시간이 약이라는 말처럼 버텼다.
그러고 나서 문득 깨달았다.
내가 앞으로 이런 삶을 유지할 수 없구나.
세상은 빠르게 변한다. AI로 인해 사람들의 삶이 편해짐과 동시에 일자를 위협받고 있다.
나 역시 선택의 중심에 있다. 교육정책이 변하고 당연했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고, 상방이 막힌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손뼉 칠 때 떠나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10년 동안 일을 하면서 너무 행복했다.
처음으로 주체적인 삶을 살아본 경험은 마치 초원을 뛰어다니는 강아지처럼 행복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유통기한이 가까워지는 것을 느꼈다.
수업을 하면서 늘 한계를 느꼈다.
아이들의 성장이 내 성장이 될 수 없었고, 늘 새로운 호기심에 목말라 있었다.
그동안 많은 도전과 실패 속에서 늘 마음 한 구석에 10년의 경력이 나의 발을 잡았다.
회사 밖을 나와서 두 발로 온전히 서기까지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봤기 때문에
다시 0부터 시작하려니 두려워지는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입버릇처럼 아이들에게 말하는 것처럼
직원인 나에게 말을 했다.
'괜찮아 처음부터 잘할 수 없어'
직장인에게 정년이 있는 것처럼, 나에게도 그러한 시기가 찾아온 것 같았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그런 계시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앞으로의 나는 많이 실패할 것이다.
강사가 되기 위해 100번의 실패를 했고,
아이들의 성장을 위해 1리터의 눈물을 흘렀다.
그 시련을 다시 겪어야 할 것이다.
누군가의 성공이 내 성공이 될 수 없다.
우리는 개인이 가진 경험, 역량 모두 다르다.
자신과 맞는 일을 찾기 위해서는 많은 낚시를 시도하는 것과 같다.
여기서 운이 좋아 대어를 빨리 낚을 수도 있고,
아니면 매번 꽝일 수도 있다.
나는 10년 중 5년을 많은 낚싯대를 던졌고
그중에는 작은 수확도 있었지만 늘 허탕이었다.
하지만 그 아무도 모른다.
100번을 던졌을 때 아무것도 없었지만,
101번에 대어일 수 있다.
수학처럼 딱 맞는 정답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자신에게 맞으면 그게 정답이다.
나는 앞으로도 몇 번의 낚싯대를 던져볼 것이다.
여러분도 자신만의 대어를 낚기를 바란다.
잡히든, 그렇지 않든
그 기다림 속에서 우리는 결국
자신이라는 가장 깊은 진실을 만나게 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