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의 울타리가 되어줄게

01. 나의 보호자로 살기

by 프리한 래몽



“참 잘 컸어”
남편이 가끔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한다.


벌써 10년,

전우처럼 함께한 사람이 해주는 말이라 그런지

그 말이 처음엔 마냥 좋았다.


내가 잘하고 있다는 뜻 같아서,

어딘가 내가 괜찮은 사람처럼 느껴졌으니까.


하지만,

그 말이 머릿속에서

꼬리를 물고 떠나지 않았다.


‘과연 나는 정말 잘 자란 걸까?’
‘잘 컸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지?'






pexels-bob-price-252175-764880.jpg Bob Price 님의 사진: https://www.pexels.com/ko-kr/photo/764880/




스스로 감정을 꾹 누르고 살아온 시간들.

보물상자 속 깊숙히 시한폭탄처럼

봉인되어 있는 조각들이 있다.


살다가 문득,

누군가 던진 말 한마디에

그 봉인이 풀리기도 한다.


그러면

타임머신을 탄 듯

그 시절로 돌아가버린다.


아픈 과거른

결핍이라는 이름으로

큰 흉터를 남긴다.


어른이 되었지만,

여전히 어린아이처럼 울고

여전히 흔들린다.


꿈속에서조차

갖지 못한 것들을 찾다가

깨어나기를 반복한다.



마치 시한폭탄을 달고 사는 기분이다.





유난히 힘들었던 시절이 있었다.

고등학생이 되기 전

빚쟁이들이 밤마다 문을 두들였고

동생과 숨죽이며 아무도 오지 않는 집에서

두려움에 떨면서 없는 척을 했을 때가 있었다.


어른의 보호와 울타리가 가장 필요한 시기

나는 야생에 던져진 먹이사슬의 제일 아래에 위치하고 있는 것 같았다.

아무도 지켜주지 않는 현실에서


그럼에도

나는 나를 지키고 싶었다.

내 보호자가 되고 싶었다.


‘내가 선택한 건 하나도 없는데,

왜 나로 살아가는 건 내가 선택하면 안 되는 거지?’


그런 물음에서 시작된 나의 울타리 쌓기의 여정이 시작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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