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과 함께 떠난 오사카 여행

02. 결혼 전, 마지막 자유여행을 떠나다.

by 프리한 래몽

있었냐는 듯 맑은 하늘이 우리를 맞이했다.


2019년, 3월 결혼식장을 예약했다.



주변 사람들은 축하를 건넸지만, 마음 한구석이 이상하게 무거웠다.
나에게 결혼은 설렘이면서도, 어쩌면 하나의 도피였다.

불안정한 가족에서 장녀로서의 역할을 내려놓고, 두 개의 가정을 오가던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나의 결혼 준비는 순탄하지 않았다.
친부모님은 각자의 가정과 따로 결혼식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예단 준비도 온전히 내 몫이었다. 보증금을 빼서 예단비를 마련하면서, “행복하기로 한 결혼인데, 왜 이렇게 힘들까?”라는 생각이 하루에도 몇 번씩 스쳤다.


남들처럼 평범하게 결혼하면 안 되나?

현실의 벽 앞에서 허우적거릴 때, 남편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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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일본여행 가자'


내 인생의 큰 결단을 앞둔 순간, 다시 일본여행을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면의 목소리는 계속해서 속삭였다. “벗어나자.”

평소에 즉흥적을 싫어하는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모든 일을 잠시 멈추고, 일본 여행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혼자가 아니었다.

새로운 가족이 될 사람, 남편과 함께였다.







신혼여행 맛보기 일본여행



우리는 결혼하고, 그 해 여름에 하와이로 신혼여행을 가기로 예매까지 마쳤다.

그런데 왜, 결혼 준비로 게임머니처럼 지출이 많은 상황에서 굳이 일본을 가야 했을까?


이유는 단순했다.

둘 다 심적으로 너무 지쳐 있었기 때문이다.

서로 좋아하는 마음의 끝에서 결혼을 선택했고, 우리가 원하는 방향대로 준비하고 싶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런 우리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하나부터 열까지 어긋났다.


이러다가 식장에 들어서기도 전에 파혼을 하게 되는 건 아닐까? 싶은 불안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결국 우리는 모든 걸 전부 스탑하고 둘만의 시간을 갖기로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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ひさしぶりやん (히사시부리얀)
오랜만이야, 오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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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오사카를 선택한 이유는 남편과 동행하기 때문이다.

첫 번째 여행은 동생이 가이드 해 준 덕분에 아무 걱정 없이 따라다니기만 하면 됐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남편을 챙겨야 한다는 책임감에, 나는 익숙하고 편한 도시를 선택했다.



어찌 보면 이 여행이야말로 나의 '첫 해외여행과' 같았다. 어

어디를 가야 하는지? 동선은 어떻게 짜야하는지? 날씨는 어떤지? 모든 것을 처음 알아봐야 했다.

인생 처음으로 해외여행을 가는 남편은 한 없이 들떠 있었지만, 나는 곧 뉴스를 보고 좌절했다.



9월 말에 일정에, 태풍이 일본에 상륙한다는 소식이었다.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고, 오사카에 도착하자 날씨는 흐리고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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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여행에서 가장 설레는 순간은 공항을 나와 첫 발을 내딛는 그때다.

미래에 대한 걱정보다 우선 중요한 것은 소문으로만 듣던 이치란 라멘을 먹는 일이었다.

각양각색의 우산들이 늘어선 줄에 서서 한참을 기다렸다.


피곤함보다 드디어 먹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앞섰다.

그리고 따뜻한 국물이 목을 타고 몸속으로 퍼지는 순간, 그동안의 피로와 고민이 한꺼번에 씻겨 내려가는 듯했다.


그렇게 우리는 이치란 라멘으로 잠시 예민했던 감정을 회복할 수 있었다.









심야식당



둘째 날, 태풍이 상륙하는 날이었다.
우리는 아침부터 부지런히 호텔을 나섰고, 여행객이라면 한 번쯤 가는 코스처럼 돈키호테에 방문했다. 한참을 구경하느라 바깥 상황을 몰랐는데, 태풍이 온다는 소식에 가게들이 하나둘씩 문을 닫기 시작했다.


그때 문득 문화차이를 느꼈다.
‘아, 일본은 우리나라와 다르구나.’
한국이었다면 태풍 속에서도 영업을 이어갔을 텐데, 이곳에서는 모두가 과감히 문을 닫았다.

의지의 한국인 부부는 포기하지 않고 않고 지하로 향했다.


그리고 정말 다행히도, 단 한 곳만이 장사를 하고 있었다.

자리에 앉아 오코노미야끼와 야키소바, 그리고 생맥주를 주문했다. 철판 위에서 퍼지는 고소한 향과 지글거리는 소리가, 태풍 소리를 잠시 잊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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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 문 언제 닫아?”


“곧 닫아야겠지.”


우리를 유일하게 우리를 반겨주었던 가게 사장님과 인근 다른 가게 주인과 나누던 짧은 대화였다.

다른 곳들은 모두 셔터를 내린 상황에서, 유일하게 열린 이곳에서 갓 나온 음식을 먹고 있으니, 문득 좋아하던 일본 드라마 '심야 식당'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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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심야식당의 주인공 마스터(가게주인)는 만들 수 있는 음식이라면 무엇이든 만들어준다.

제목처럼 심야에 모여든 손님들의 각자의 추억과 관련된 에피소드로 이루어졌다.



이 드라마가 매력은 화려한 스토리보다, 평범한 사람들의 추억에 초점을 맞춘다는 것이다.

메뉴도 특별할 것이 없다. 우리가 흔히 먹는 비엔나소시지, 계란말이처럼 소박한 것뿐이다.



음식과 관련된 추억은 누구에게나 있다.
결혼 후, 나는 남편의 식성이 궁금했다. 그런데 감자탕과 육개장을 집에서 직접 끓여 먹는다는 이야기에 놀랐다.


나는 싱글맘이었던 바쁜 엄마의 부재로 인해서 배달음식에 최적화된 삶을 살았다.

반면 남편은 나와 결혼한 뒤에야 배달음식의 세계를 알게 되었고, 서로 다른 식습관만큼 음식에 대한 추억도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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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드라마 세트장 같은 작은 가게에서 식사를 하며, 태풍 속에서도 유일하게 불을 밝힌 그곳의 음식이 유난히 소중하게 느껴졌다.


그 순간, 또 하나의 음식과 관련된 추억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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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2박 3일의 여행을 마치 돌아오는 길, 태풍이 언제 있었냐는 듯 맑은 하늘이 우리를 맞이했다.

오사카에 머무는 동안, 결혼 준비로 지쳤던 고민들이 하나도 생각나지 않았다.

물론, 집으로 돌아가면 새로운 시련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남편과 해외여행을 하면서 느낀 것은 함께라면 작은 시련쯤은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



나의 인생에서 새로운 장을 넘기는 과정은, 태풍처럼 예상치 못한 일의 투성이었다.

마음대로 되는 일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여행과 인생이 닮았다.

출발선이 있으면 도착지가 있고, 끝이 있기에 그 여정이 더 소 중해진다는 것.



이번 여행에서 배운 점은

나는 더 이상 혼자가 고민해도 되지 않아도 된다는 점과 우리는 한 팀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언제나 태풍은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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