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의 '함께' 가사에서
MBTI 검사가 한창 유행일 때, 나도 유행을 놓칠 순 없어서 검사를 해본 적이 있다.
수많은 질문 중에 인간의 존재와 삶의 이유에 대해 평소에 생각을 하는지에 관한 질문이 있었다. 나는 평소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질문이 신기했으며, 현실을 살아가는 것도 바쁜데 왜 이런 질문을 해야 하나 싶었다. (어쩌면 성숙하지 못한 생각이었을지도…)
그런데 직장인이 되고 나서 나의 MBTI가 바뀌었을까?
생각이 바뀌었다.
직장 생활을 시작하면서 처음으로 경조사를 챙기게 되었다. (*경조사: 경사스러운 일과 불행한 일을 모두 아우르는 말) 기쁜 일만 넘치면 참 좋을 텐데, 인생은 그렇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최근 한 부장님과의 카톡방이 기억에 남는다. 평소 함께 지내지만 다른 팀이라 자주 연락을 주고받지 않던 부장님과 나의 카톡 페이지엔 특별히 대화가 없었는데, 부고장이 두 통 연달아 도착했다. 나는 부장님께 애도의 말을 전했으며, 부장님은 감사하다는 답장을 보내셨다. 그날, 또 다른 기쁜 소식이 있었다. 우리 회사에서 퇴사한 대리님(이제는 오빠 동생으로 지내는)의 아기가 태어났다는 소식이었다. 축하의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대화를 마쳤다.
같은 날, 한 사람에게는 위로를 건네고, 또 다른 사람에게는 축하를 건네는 기분이 참 묘했다. 문득, 이게 세상의 이치인가 싶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비슷한 일이 또 반복되었다. 동생이 고등학교 친구들과 여행을 떠났고, 기분 좋게 짐을 싸고 친구의 차를 타고 강릉으로 향했다. 차가 너무 밀려 아침 일찍 출발했는데 오후 2시에야 도착했다는 메시지를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동생에게서 연락이 왔다.
"누나, 혹시 집에 있으면 집 앞 지하철역까지 데리러 와줄 수 있어?"
나는 "왜?"라는 답을 보냈고, 동생은 간결히 "친구가 죽었어."라는 한 문장을 남겼다.
너무 놀라서 약속을 급하게 마치고, 동생이 친구를 잘 보내줄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동생은 발인까지 보고 친구의 곁을 지키고 돌아왔다. 그러고 슬퍼할 시간도 없이 다시 평일이 왔고, 모두가 일상으로 돌아갔다. 그 후, 그 일은 점차 묻혀갔다.
그런데 며칠 전, 동생의 프로필 사진이 바뀌었다는 알림이 떠, 나는 궁금해서 사진을 눌러봤다. 배경 사진에는 고인과 여러 친구들이 함께 찍은 사진과 가수 노을의 '함께'라는 노래가 걸려 있었다. 나는 보통 사람들의 바뀐 프로필 사진만 보고 지나치지만, 그날은 이상하게 음악도 듣고 싶었다.
가로등 아래에서 어깨동무를 하며 해맑게 웃고 있는 친구들의 모습과는 반대로 슬픈 멜로디가 들려왔다.
우리 기억 속엔 늘 아픔이 묻어 있었지
무엇이 너와 나에게 상처를 주는지
주는 그대로 받아야만 했던 날들
그럴수록 사랑을 내세웠지
우리 힘들지만 함께 걷고 있었다는 것
그 어떤 기쁨과도 바꿀 수는 없지
복잡한 세상을 해결할 수 없다 해도
언젠가는 좋은 날이 다가올 거야
살아간다는 건 이런 게 아니겠니
함께 숨쉬는 마음이 있다는 것
그것만큼 든든한 벽은 없을 것 같아
그 수많은 시련을 이겨내기 위해서
가사 그대로, 모든 사람은 아픔을 안고 살아간다. 누군가는 부모를, 누군가는 친구를 잃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는 함께이기에 그런 시련들을 함께 이겨낼 수 있는 것 같다. 부장님도, 동생도, 슬픔에 대해 많은 말을 하지 않지만 아마 그들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그 사람들을 그리워하며 아파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세상은 돌아가고, 사람들은 서로 함께 살아간다.
그게 아마 인생을 살아가는 힘이 아닐까...
우리가 함께이기에, 우리는 살아갈 수 있는거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