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모습만으로 판단하지 말기
내가 잘 만든다고 스스로 평가하는(가끔은 실패할 때도 있지만) 머핀은 폭신한 질감을 갖고 있고 (내 기준으로) 빵의 외양을 갖추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지금까지 머핀을 빵의 한 종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머핀을 직접 만들어보니 재료도 이스트가 아닌 베이킹파우더를 사용했고 과정도 길지 않았는데 특히 발효과정이 없어서 아주 신속하게 만들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시점에서 아주 근원적인 의문이 생겼다. 머핀이 정말 빵인가?
"빵"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것 중에 내가 유일하게 만들어본 식빵은 이스트가 들어갔고 중간중간 발효를 위한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했으며 손으로 열심히 치대(빨래, 반죽 등을 무엇에 대고 자꾸 문지르다) 줬어야 했다. 그런데 이런 과정이 하나도 없었기에 생김새는 빵처럼 보이지만 정말 빵인 것인지 머핀에 대한 의문이 생겼다.
제과제빵.
하나의 단어처럼 보이지만 제과와 제빵으로 분리되어 있다. 그렇다면 그 기준은 무엇일까?
첫 번째 기준은 효모를 통한 발효과정의 여부이다.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머핀을 구울 때에는 베이킹파우더를 사용해 화학적, 물리적 팽창을 시키지만 제과는 효모를 이용한 발효로 반죽을 부풀린다.
두 번째는 온도의 차이인데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제과는 제빵보다 낮은 온도에서 굽는다.
세 번째는 사용하는 밀가루의 차이다. 빵은 강력분을 과자는 박력분을 사용해서 만드는데 강력분은 단백질의 함량이 많은 밀가루로 글루텐 형성이 잘 되고 박력분은 단백질의 함량이 적어 글루텐 형성이 잘되지 않는다. 빵에서 글루텐이 많이 필요한 이유는 글루텐이 빵을 잘 부풀어 오르게 도와주기 때문이다.
글루텐은 반죽을 많이 치대면 형성이 잘 되는데 과자를 만들 경우 너무 많이 치대면 글루텐이 많이 형성되어 과자가 딱딱해진다. 과자를 만드는 영상에서 '가루가 보이지 않을 정도만 주걱으로 저어주세요'라고 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렇게 제과와 제빵은 엄연히 다르지만 만드는 과정과 재료의 역할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는다면 헷갈리게 된다. 내가 머핀을 그 생김새만으로 빵이라고 생각했던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물어봤더니 머핀을 빵으로 아는 사람이 제법 있었다.) 그런데 이런 오류가 비단 빵과 과자를 구별하는 것에만 있을까? 우리는 사람을 판단할 때도 겉으로 보이는 모습으로 평가하면서 오류를 범하는 경우가 많다. 가장 흔한 오류는 새 학기 첫날 외모가 무서운 아이가 우리 반이 되었을 때 저 아이는 무섭게 생겨서 친해질 수 없다 혹은 친해지기 어렵겠다.라는 생각을 갖는 것이다. 그 무서운 외모의 아이는 새 학기 첫날부터 의문의 1패를 기록하며 친구를 사귀기 위해서는 좀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게 된다. 억울한 일이다. 하지만 노력하지 못하는 소심한 아이라면? 그 아이는 평생 오해로 시작되는 첫인상을 해결하지 못할 수도 있다. 만약 주변에 그 아이에게 관심과 애정을 갖고 지켜보며 외모 속에 감춰진 진심을 발견해 줄 사람을 만나지 못한다면 자신에게 사기 치기 위해서 접근하는 사람에게 애정을 쏟으며 사기를 당할 수도 있는 일이다.(아, 이건 너무 갔나? 뭐, 암튼,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일이다. 외로울 테니까...)
빵의 모습을 한 과자에 대한 이야기에서 지금 여기까지 흘러왔다.
속을 알지 못하면 우리는 오해를 만들 수 있음을 기억하고 타인을 성급히 판단하지 말고 애정과 관심을 갖고 지켜볼 것, 그리고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서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함을 머핀을 먹으며 생각해 본다.
그리고 나는 딱딱한 과자보다 케이크나 머핀 같은 부드러운 디저트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누가 빵이나 과자를 사준다고 하면 명확하게 내가 좋아하는 것을 사달라고 말해야지! 그런데, 부드러운 과자는 어떻게 만드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