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먹음직스러운 구움색은 어디에?

적절한 온도 찾기

by May

추석을 맞아, 유튜브 알고리즘이 보여준 잼 쿠키를 만들어보기로 했다. 그런데 잼이 없어서 인터넷에서 급하게 작은 잼을 하나 주문했다. 잼이라고 함은 무릇 유리병에 담겨있다고 생각했었는데 검색해 보니 튜브에 담아 깔끔하게 짜먹을 수 있게 만들어긴 소량의 잼을 판매하고 있는 것을 보고 냉큼 주문했다.


이렇게 재료를 모두 갖춘 후 잼 쿠키를 만들기 시작했다. 과자를 굽다 보면 들어가는 재료는 비슷비슷하고 특이한 한 가지 정도가 그 과자의 특징을 만들어 낸다는 생각이 든다. 이 과자에도 잼이 없다면 버터쿠키와 다를 바가 없었다. 그러니 다른 사람들과 차별화를 위해서 여러 가지에 능해야 할 필요는 없다. 한 가지, 단 한 가지 특기를 가지고 있다면 굶어죽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문뜩 들었다.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면서 반죽을 모두 끝내고 냉장고에 30분 넣어두었다가 꺼내 송편을 만들 듯이(시기적절한 레시피를 선택한 나 자신을 칭찬했다.) 동그랗게 빚은 후 손가락으로 가운데를 꾹 누르고 그 안에 잼을 넣어 오븐에 넣을 준비를 끝냈다.


일반적으로 한 종류의 과자를 굽기 위해서 2개 이상의 레시피 영상을 보는데 하나의 영상에서는 굽는 시간을 150도에서 10분으로 하라고 하고 또 다른 영상에서는 155도에서 15~18분이라고 알려줬다. 그래서 일단 150도에서 10분을 구웠는데 구움색이 만족스럽지 않았다. 그래서 180도로 온도를 올려 5분을 더 구웠다. 누구도 180도로 올려서 구우라고는 알려주지 않았는데 그냥 온도를 확 높여봤다. 혼자 굽는 과자처럼 실패해도 나 혼자 조용히 없던 일로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나는 좀 과감하게 결정을 하는 편이다. 그리고 구워지는 반죽들을 살펴보니 150도에서는 잼이 미동이 없었는데(아니면 내가 못 봤나?) 180도로 온도를 높이니 잼들이 큰 방울처럼 부풀어 올랐다가 가라앉기를 반복했다. 한 판에 10개의 반죽을 넣고 구웠는데 10개의 반죽 안에 잼 방울이 불연속적으로 부풀어 올랐다가 가라앉는 모습을 보니 꼭 개구리들이 노래하는 모습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왜 하필이면 개구리가 노래하는 모습이 떠올랐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어떤 이유인지 몰라도 내 머릿속에 개구리와 방울의 상관관계가 있는 이미지가 자리 잡고 있나 보다. 이렇게 원래 레시피보다 더 익힌 과자는 좀 탄 건가? 하는 생각이 들게 했는데 일단은 뭘 더 어떻게 할 수 없어서 오븐에서 꺼내 식힘망으로 옮겼다. 그리고 남은 반죽은 170도에서 15분을 구웠다. 레시피에서 알려주지 않은 전혀 새로운 온도와 시간이었다. 그리고 이 온도와 시간으로 구웠더니 앞서 구웠던 것과 같이 개구리가 노래하는 모습처럼 잼이 부풀어 올랐다 가라앉기를 반복했다. 그리고 꺼냈을 때 구움색은 이것 역시 좀 너무 구웠나?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남은 반죽은 155도에서 15분을 굽기로 했다. 그런데 이 반죽 역시 15분만 굽기에는 구움색이 만족스럽지 않았다. 그래서 같은 온도에서 13분을 더 구웠다. 그랬더니.... 앞서 구웠던 다른 완성품보다 더 구워졌다. 낮은 온도라도 오래 구우면 너무 구워진다. 낮은 온도의 불이라도 무시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식힘망에서 충분히 식힌 후 다시 구움색을 살펴보니 앞서 두 개의 과자보다 마지막에 구운 과자가 확실히 더 구워졌고 더 구워져서 식감은 조금, 아주 조금 딱딱했다. 그리고 이 결과는 앞으로는 이 온도와 시간으로는 굽지 않을 결심을 하게 만들었다.


제과제빵을 알려주는 레시피에서는 본인이 갖고 있는 오븐에 따라 굽는 시간을 잘 조절하라는 안내가 나온다. 그래서 레시피를 너무 믿으면 안 되고 내 오븐으로 온도와 시간을 실험하면서 내가 만드는 제품에 맞는 온도와 시간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것은 사람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내 오븐 속에 들어오는 다양한 사람들과 가장 적절한 관계를 맺기 위한 온도와 시간을 잘 찾아야 한다. 너무 높은 온도로 타지 않도록 또는 너무 낮은 온도로 반죽이 덜 익지 않도록 항상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 이런 것을 귀찮다고 생각한다면 너무 딱딱하거나 덜 익은 과자를 먹게 되는 것처럼 좋은 인간관계를 맺기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뭐 내가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는 나에게 달려 있는 것이니까. 내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선택하고 후회하지 않으면 된다.


샤르트르는 이렇게 말했다지..."인생은 B(Birth)와 D(Death) 사이의 C(Choice)다."


뭐, 그런 거다.


그래도 170도에서 15분 굽는게 가장 마음에 들어서 다시 한 번 구워봤다.

하다보니 잼이 부족해서 한 개는 잼을 쓱 묻히기만 했고 한 개는 잼을 넣지 않았다.

10분이 지나면서 개구리 노래하는 모습으로 잼이 풍선처럼 부풀었다 터졌고

식힘망으로 옮길때 부서지는 제품들이 있었는데 그 이유는 잘 모르겠다.


SE-1f2f6edc-7272-4665-acf5-91024f371e4d.jpg?type=w773 오븐 속에서 개구리 노래하듯이 부풀었다 터진 잼....
SE-6b5f81da-6c0a-4431-8d40-be62206ef150.jpg?type=w773 모양이 그렇게 이쁘지는 않지만, 그래도 맛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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