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선택한 유배지였다.
잘못이라면 2년생 장군차 묘목을 심어보겠다고 덥석 호기를 부린 것뿐. 파릇파릇한 잎들이 앙증맞게 매달려 있는 차나무를 식재하고 고것들이 무럭무럭 클 것이라 상상하는 즐거움에 들떠 며칠을 보냈다. 상상의 즐거움은 오래가지 못했다.
물을 좋아하는 차나무가 봄 가뭄에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매달고 있던 잎마저 모두 떨구고 비실비실 말라갔다. 저 어린것들을 어쩔까. 애가 탔다. 가만히 두고 볼 수만은 없는 일이었다. 하늘만 올려다보며 비가 내리기를 마냥 기다릴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일기예보시간이면 설핏 이른 잠이 들었다가도 두 눈을 번쩍 떴다. TV 화면 속 분홍 원피스의 기상캐스터는 내일도 모레도 화창한 봄 날씨가 이어지겠다며 방긋 웃었다.
초록이 넘실거리는 차향 그윽한 다원을 만들어보겠노라며 호기롭게 큰소리쳤던 남편은 아침저녁으로 굵다란 호스를 등에 걸머지고 이리저리 끌고 다녀야 했다. 비는 오지 않고 호스 자국이 그의 어깨에 문신처럼 새겨졌다.
얼마나 지났을까. 어린것들은 남편의 정성에 응답하듯 하나둘씩 기운을 차리고 있었다. 물기 없이 말라가던 것들이 연둣빛 촉을 쏙쏙 내밀었다. 이제 됐다는 안도감과 함께 한시름 덜었구나 싶었다.
몇 년 후면 은은한 찔레향 도는 나만의 특제 장군차를 맛볼 수 있으리란 기대감에 어깨가 들썩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