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이 생겼어요
어쩌다 연년생 아보카도 셋을 키우고 있습니다.
어쩌다 아직 아보카도 베이비들 이름이 없었네요.
이름을 짓기 전이라 1번, 2번, 3번 이렇게 번호를 붙여 부르고 있었습니다.
1번 친구가 원줄기를 잃었을 때 분갈이를 고민하다 그대로 놔두기로 했는데 다행히도 새로운 줄기를 내어 잘 자라주니 참 고마운 녀석입니다.
2번, 3번도 오래오래 제 곁에서 장수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이름을 지어주어야겠습니다.
18만 년이나 살았다는 김 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삼천갑자 동방삭...으로 지어야 하나,
가난했던 피카소의 아버지가 장남이 가톨릭 성인을 닮기를 바라며 지었다는 파블로, 디에고, 호세 프란시 시코, 데 파울로, 후한 네포무세노...처럼 지을까,
크루멜리스를 먹고 어른이 되지 않는 말괄량이 소녀인 '삐삐로타 델리카테사 윈도셰이드 맥크랠민트 에프레임즈 도우터 롱스타킹'에서 따와야 하나
이름을 정하려 고민 고민하다 보니 고민 보따리만 자꾸 커지는 것 같습니다.
아보카도 베이비들 이름은 관우, 유비, 장비로 결정했습니다.
도원결의로 의형제를 맺은 이들처럼 의좋게 자라면 좋겠지요.
이름을 정하고 나니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희 집 세 자매 이름과도 연결고리가 있는 이름이거든요.
이름이야 맘에 안 들면 언제든 다시 지으면 될 테죠.
수많은 선택 앞에서 이제 너무 오래 서성거리지 않으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