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이라는 목록
어쩌다 연년생 아보카도 셋을 키우고 있습니다.
지난 어느 수요일 오전이었습니다
사고 현장을 목격하기 전까지
저는 약 서너 시간 자리를 비웠습니다.
외부 침입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으며
내부인의 소행으로 판단하기에는
내부인의 알리바이가 명확하게 증명되었는데요.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멀쩡했는데
언제 왜 무슨 이유로 사고가 났는지 처음에는 몰랐습니다.
첫 번째 사진에서처럼 멀쩡하던 녀석이 불과 몇 시간 만에 가운데 사진 속 모습으로 제 앞에 서 있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시나요?
그저 놀랄 수밖에 다른 생각은 끼어들 틈이 없었네요.
놀란 마음을 추스르고 찬찬히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며 당시를 떠올려보았습니다.
그러니까 제가 사고 현장을 떠나기 직전이었겠네요.
조금 더 낭창한 줄기 끝으로 끈을 옮겨 묶었을 겁니다.
(제법 오래전이라 기억이 가물거립니다 )
그런 직후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에 심증이 갔습니다.
현장감식 결과는
흘러넘친 욕심이 대형 사고를 일으켰구나
였습니다.
저의 욕심은 어떤 그릇에 담아도 차고 넘쳐흘렀음을 뼈아프게 깨달았습니다.
욕심은 애초에 담지 말았어야 할 목록이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