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
언제부터인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내가 체감하기에도 지금으로부터 25년 정도 이전부터 '나는 할 수 있다!'와 같은 근거 없는 자신감을 끌어내는 긍정적 자기 암시문 같은 것이 사회에 유행처럼 번졌다. 극심한 좌절에 처해있는 사람이 쓸데없이 너무 객관적이고 논리적이라 자신은 이제 되돌릴 수 없는 인생으로 비관하고 모든 것을 포기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어떠한 사실관계를 다 떠나서 비밀이랍시며 비밀이 아니게 떠들어대는 자기암시 및 긍정선언문 같은 것들의 기초에 실은 인간의 운명이 바로 자기 자신에게 달려있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하고 무분별한 판단일 수 있는지 나는 살피지 않았었다. 그래서 정말 그 책들에 나오는 것이 인류가 밝혀낸 진리 중의 가장 진보되고 확실한 진리인 것 마냥 내 인생의 주인은 '나'임을 신봉하고 내 인생의 방향키를 내 손에 쥐고 있음을 확신하며 한번 나의 미래를 내가 꿈꾸는 것대로 이루어보겠다는 당연한 생각에 이르렀다. 하지만 모든 것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살피고 또한 대다수가 납득할 수 있는 것이어야 그것이 진리로 확인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할 수 있다!' 이 말이 얼마나 무섭고 인간을 더 연약하게 만드는 말인지 아는 사람이 생각보다 별로 없다.
나는 지난 15년간 의식을 활용하여 주의 깊게 세상을 살펴본 결과 사람이 자신의 운명의 주인이 아님을 다음과 같은 사실로 확인하였다.
1. 인간은 자신이 어디에서 어떤 유전자를 가지고 어떤 가정환경에서 또 어떤 성별과 건강상태로 태어날지 선택하지 못한다.
2. 태어난 이후에도 스스로 경제적 능력을 갖출만한 지식을 배우는 시기에 대부분은 부모와 기성세대가 일구어 놓은 사회흐름에 맞추어 살아갈 수밖에 없다(북한에서 어린 소년소녀들에게 너의 인생의 주인은 너라고 감히 말할 수 있겠는가?).
3. 아무도 자신의 타고난 지적능력이 스스로의 노력보다 99% 부모에게 물려받은 유산임을 쉽게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4. 자신이 노력해서 일구어 냈다고 하는 것들의 대부분은 누군가 책을 써서 아낌없이 자신의 지혜를 나누고 또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지식과 도움과 배움들을 만난 우연의 뒷백이 있었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5. 세상에는 상상도 못 했지만 매우 높은 성공을 거둔 사람도 있고 평생을 열망하며 모든 노력을 바쳤지만 자신의 꿈을 끝내 이루지 못한 사람도 있다. 이런 예외를 계속해서 외면한다면 거짓말에도 도가 트고 있는 것이다.
6. 나의 인생이 완벽에 가까워지려면 사실 내 개인적인 것들 후에 주변의 관계적인 것들이 좋아야 하는데 남의 인생들까지 컨트롤할 수 있는 방법은 당연히도 없다. 그러므로 내 인생은 환경에 의해 죽을 때까지 휘둘리는 경험에서 빠져나오기 어렵다(사랑하는 가족이 병들어 있는 것은 그가 스스로 운명의 주인이 되지 못해서가 아니다).
7. 자연재난 앞에 수천, 수만 명이 죽어가도 살아있는 인간은 자신에게는 그런 재난이 오지 않을 것이라고 은근히 생각한다. 그 이유는 근거 없는 확신인지도 모른다(내 인생의 주인은 '나'이고 내가 끊임없이 확신하며 현실로 받아들이는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기에 죽음은 오지 않을 것이라는...).
8. 인간은 자신의 몸의 신비도 다 알지 못하며 탄생의 비밀도 알지 못하며 지구가 생기고 이렇게 생명체가 생긴 것이 다 빅뱅의 우연이라고 표현하는 미개한 지식을 기초로 살아간다. 자연이 배출해 낸 우연의 산물이 운명의 주인일리가 없지 않은가?
위와 같은 사실들을 계속해서 열거하다 보면 그저 나 자신이 너무 초라해져서 사주팔자라도 보러 가야 되나 싶겠지만 자신의 팔자도 모르는 사람에게 팔자를 물어보는 것은 참 퍽이나 운명의 주인다운 행동이라 본다.
인간은 창조자(신이나 그와 같은 존재)의 영역에 있는 생명이 아니다. 신이 그의 형상을 따라 지은 피조물(지음 받은 존재)이다. 우리는 지음 받은 존재로서 자신의 인생에서 창조주를 기억하고 다시 만나야 자신의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게 된다.
성경에는 I can do it. 과 같은 비슷한 말이 있다.
내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느니라(빌립보서 4장 13절).
이 세상은 거짓말을 하더라도 진실을 반쯤 섞어서 하기 때문에 묘하게 넘어간다. 선악과를 따먹으면 하나님처럼 되리라는 뱀(사탄)의 교활한 말도 반은 사실이었다. 실제로 태초에 에덴동산에서 살던 아담과 하와는 선악을 구분하지 못하고 하나님밖에는 선악을 판별하지 못하셨는데 뱀의 꾀에 넘어가 선악과를 먹은 후로는 하나님처럼 선악을 판별하는 능력을 얻어 지금도 서로 심판자(창조주)의 위치에 자신을 올리고 서로 가혹하리만큼 죄를 징벌하는 것을 즐긴다.
그래서 I can't do it이고 HE CAN DO IT이다.
나는 인간이기에 나약하고 아무것도 할 수 없지만 그는 인간이 아니고 창조주이기에 모든 것을 할 수 있다. 그를 믿는 내가 모든 능력을 갖추는 것이 아니라 그의 허락함 아래 모든 것을 할 수 있다. 내가 하는 것이 아니라 그가 하는 것이다.
세상의 거짓말에 이따금 현혹되는 나를 그가 용서해 주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