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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등대 Jun 12. 2022

사진은 마음의 반영이다

사진을 찍을 때 가장 중요한 것

사진이 마음의 반영이라고 생각해본다면 어떨까 질문을 하고 싶다.

이게 무슨 얘긴가 싶을 수도 있다. 사진은 사진이지 무슨 마음의 반영이야라고 반박할 수도 있다.

그래도 나는 사진은 마음을 반영한다고 생각한다. 사진을 찍는다는 건 사진을 찍는 사람이 셔터를 눌러야 비로소 완성된다. 셔터를 누른다는 건 그 순간이 그 사람에게 어떤 의미가 있었다는 얘기다. 아름다워 보여서 일수도 있고 기억하고 싶어서 일수도 있다. 감정적 울림일 수도 있다. 나와 비슷한 처지인 것 같은 동질감, 슬픔, 처량함, 기쁨, 환희, 부러움 등 어떤 감정적 울림이 있어 사진을 찍기도 한다. 그 모든 과정이 결국 작가의 마음의 반영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20대 초중반쯤 난 정신적으로 아팠다. 대인기피증이 있어 낮에 거리를 나가면 식은땀이 났고 밤이 되면 우울증이 심해져 잠을 잘 수 없었다. 자연스럽게 일을 그만두게 되었고 자취방에서 나가지 않게 되었다. 이제 더 이상 무엇 때문에 힘들게 되었는지 모르겠을 즈음 난 한강에 갔다. 그때 다리 위에서 바라본 한강은 정말 검했다.

 그 순간 나는 정말 살고 싶다는 걸 깨달았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답답하고 꼬일 대로 꼬인 마음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새벽 4시. 내가 선택한 시간이다. 거리에 돌아다니는 사람도 없었기 때문에 밖에 나가 답답함을 해소할 수 있는, 내가 생각한 유일한 방법이었다. 그렇게 같은 거리를 해가 뜰 때까지 걷다가 들어왔다. 어느 날은 텅 빈 거리가 내 모습과 비슷하게 보였다. 그래서 집안 구석에 묵혀두웠던 DLSR을 꺼내 그 거리를 담았다. 그땐 사진을 배운 적이 없어서 그저 내 발걸음이 멈춰 선 곳에 우두커니 서서 사진을 찍었다.

그곳이 가장 마음이 아팠던 곳이다.



이때 찍었던 사진들은 다 텅 빈 거리밖에 없다. 내가 느끼는 내 처지와 가장 비슷한 공허함을 담고 싶었던 것 같다. 그래도 새벽에 나가 사진을 찍는 게 효과가 있었던 걸까? 점차 감정적으로 안정되기 시작했고 사회에 나가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때 난 아르바이트로 웨딩스튜디오에서 일을 하게 되었고 그 후로 사진을 본업으로 하게 되었다. 


처음은 모든 게 새롭고 즐거웠다. 하지만 얼마 가지 못해 본질적인 의문이 생겼다. '생김새는 다 다른데 왜 똑같은 포즈로 사진을 찍을까?' 그때부터 회의감을 느끼게 되었고 답을 찾기 위해 스스로 질문을 하게 되었다. '아름다움에 대한 기준이 무엇일까?'

하지만 그땐 스스로 답을 내리지 못했었다. 그래서 난 쉬는 날이면 서점에 가서 잡지를 보며 모델들의 포즈를 스크랩하고 집에 와서 사진을 공부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자 어느 순간 내 기준에서 예쁘지 않다고 느끼면 셔터를 누를 수 없는 나를 발견했다(상업사진이었음에도). 그때 나는 큰 충격을 받았고 스스로 다시 질문하게 되었다. 

'아름다움에 대한 기준을 무엇일까?'


내 안에선 이런 목소리가 들렸다. 사진에 대한 모든 관념을 버려야 해. 결국, 나라는 사람이 바뀌어야 해.

그렇게 나는 웨딩스튜디오를 나오게 되었다. 


명상을 하기 시작했다. 고정관념을 깬다는 말은 결국은 있는 그대로 아름답게 바라봐줄 수 있는 시야가 필요하다는 얘기 었다. 상대방을 아름답게 바라보려면 나를 아름답게 바라봐야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나를 사랑할 수 있는 것들을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하나씩 하기 시작했다. 좋은 세미나가 있으면 세미나도 가보고 명상을 하고 감사 일기도 쓰기 시작했다.


내가 변해갈수록 사진의 결도 변하기 시작했다.

전에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모델들의 포즈가 미의 기준일 때는 인물사진을 찍을 때는 일반인이라도 날씬하게 최고였고 연기를 잘해야 최고였다. 하지만 그게 최고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 사람다움을 담아주는 것이 인물사진의 핵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소한 습관들을 캐치하기 시작했다. 다리를 왼쪽으로 꼬는 사람한테 굳이 오른쪽으로 꼬아달라고 하진 않았다. 웃을 때 손으로 머리카락을 귀로 넘기는 습관이 있는 사람한텐 그렇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어려운 포즈를 요구하는 일이 없어졌다. 

일상 사진의 결도 바뀌기 시작했다. 보이지 않던 것들이 아름답게 보였다. 길거리에 굴러다니던 곰인형 같은 건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는데 그런 것들이 아름답게 보이기 시작했다.

자연에 편하고 좋아졌다. 북적북적한 도심보단 자연을 사랑하게 되었다.


지금의 내가 내린 결론은 사진은 결국 사랑이라는 것이다. 사람을 찍던, 반려견을 찍던, 풍경을 찍던 심지어 제품 사진을 찍더라도 대상에 대한 사랑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내가 가진 프레임을 벗을 수 있다.

예쁨의 대한 기준이 애정으로 바뀌는 순간 사진은 자연스럽게 아름답게 보인다. 

내가 그렇게 당신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그 시선을 단지 카메라를 빌려 사진으로 담아낼 뿐이라고 생각한다.

애정 가득한 마음으로 찍은 사진이 구도가 안정적이지 않고 심도가 옅더라도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사진이 마음의 반영이라고 생각한다. 내 마음이 사진에 반영된다면 무엇을 찍던 좀 더 사랑스럽게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사진으로 사랑을 전해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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