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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등대 Aug 03. 2022

이 세상에 나만큼 멍청한 사람은 없다

역행자를 읽으며

사람의 뇌와 몸은 수백만 년의 진화를 거친 산물이고 거기에 맞춘 사용법이 따로 있다. 근거 없는 신념은 순리자로 살게 된다 - 역행자 中


살면서 열정을 가지고 당찬 계획을 세운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계획은 허사로 돌아갔다.

계획이 실패로 돌아갔을 때 이유를 찾으려고 부단히 노력했었지만 그다음 계획도 그다음 계획도 실패로 끝났다. 그런데 맨 위의 문장을 만나는 순간 내가 실패한 이유를 알았다.


내가 계획을 세우고 실패한 이유는 인간의 뇌에 대한 정보가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나의 자유의지를 믿었다. 자유의지를 가지고 살아간다는 건 주도적이며 멋지다고 느껴졌다.

사실 조금 더 솔직해지자면 누구나 할 수 없는 걸 하면 내가 더 특별해질 것 같은 환상이 있었다.

여하튼, 그래서 계획했던 일이 틀어지면 스스로를 자책할 수밖에 없었다. 자유의지로 무언가를 하다 실패하면 결국 나를 탓할 수 밖에 없게 된다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자유의지를 믿고 원하는 것을 이루려 하는 것이 얼마나 무지한지 깨닫게 되었다.

아, 그렇다고 자유의지가 나쁘다거나 쓸모없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단지 원하는 것을 이루려는덴 나에게 적합하지 않다는 얘길 하고 싶었던 것 뿐이다.


인간의 중뇌는 아주 오래된 후뇌 위에 얹혀 있고 그 위에 다시 전뇌가 얹혀있다고 한다. 즉 처음부터 새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옛 체계 위에 새 체계가 얹히는 것이다.

또한 뇌는 그저 생존만을 위해 에너지를 적게 쓰고 효율적으로만 작동하려 하는 원시시대부터 전해진 DNA의 영향을 받는다. 그렇기에 새로운 것을 경계하고 도전하지 않는 게 어쩌면 자연스러운 것이다.


인간의 뇌가 이렇게 생겨먹었는데 자유의지로 무언가를 행하는 것이 과연 나에게 도움이 될까?

과신 혹은 무지는 아닐까? 뇌를 이기는 인간은 없는 것 같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내가 무언가를 꾸준히 하기 위한 방법으로 생각해낸 결과는 환경 구축과 보상체계다.

집에서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건 자유의지가 필요하다. 하지만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건 집에 비해 쉽게 할 수 있다. 그래서 도서관이라는 환경을 설정해주었다. 도서관에만 가면 된다. 굳이 애써서 집에서 책을 읽지 않으려 해도 도서관에 가면 많은 사람들이 책을 읽고 공부를 하고 있기 때문에 분위기에 영향을 받아 나도 애쓰지 않고 책을 읽고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뜬금없이 고백해서 송구스럽지만 나는 유튜브 중독자다.

정말 중독 수준이다. 눈을 뜨자마자 자연스럽게 유튜브를 켜고 자기 전에도 유튜브를 본다. 집에만 있을 때는 하루 종일 유튜브만 본다. 만약 유튜브를 하루아침에 안 보기로 결심했다면 얼마나 오래갈까?

내가 실험해본 결과 6시간이 최대였다. 물론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의지력이 약한 이유도 있을 거다.

그런 나에게 맞는 방법으로 하루에 할 일을 모두 끝내면 보상으로 유튜브를 정했다.


이건 생각보다 할만했다.

아예 안 본다고 생각하니 어떻게든 보게 되었는데 할 일만 끝내면 유튜브를 볼 수 있게 되었으니 해야 할 일들을 더욱 집중해서 할 수 있게 되었다.


주도적으로 살고 싶다면 인간의 뇌와 DNA에 대해 더 공부하고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저자의 말처럼 사용법이 따로 있지 않을까?


만약 내가 스스로를 과신하는 대신 방법을 모르는 것을 인정하고 책이나 강의를 들었다면 지금처럼 헤매진 않았을 것 같다. 나는 어쩌면 환상 속에 살고 있었던 것 같다. 내가 남들보다 특별하다는 환상 속에서 말이다.


서른이 넘어서야 지금까지 내가 얼마나 멍청하고 나 자신만 과신하는 인간이었는지 깨닫는다.

솔직히 창피함이 올라온다. 난 스스로 깨어있는 사람에 속한다고 생각하며 살았는데 나만큼 멍청한 사람은 세상에 없을 거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너무 스스로 모든 해답을 찾으려 하는 대신 모르는 것이 있으면 사람들에게 그리고 책에게 물어봐야겠다. 


가장 나답게 살다 죽기를 바라는 한 명의 인간으로서 오늘도 그 과정을 기록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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