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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등대 Aug 04. 2022

이상주의자가 살아가는 방법

예술가여 무엇이 두려운가를 읽으며

"예술가의 삶은 그 진행 속도가 느려서가 아니라 예술가 자신이 빨라야만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좌절을 겪는다." - 예술가여 무엇이 두려운가 中-


예술가의 삶은 그 진행 속도가 느려서가 아니라 예술가 자신이 빨라야만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좌절을 겪는다. 이 문장에서 예술가 대신 학생, 직장인, 프리랜서, 주부 등 다른 역할을 넣어도 문장이 완성돼서 마음에 들었다. 

 결국 예술가에 국한된 이야기라기보단 사람에 관한 이야기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이 그런 것은 아닐 것 같기에 나는 그냥 내 이야기만 하겠다.

나는 예술가병이 있다. 상업사진을 찍을 때도 예술사진에 대한 욕구가 있어 한참을 마음고생했고 사진으로 사업을 시작했을 때도 예술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해서 결국 사업을 말아먹었다. 예술에 대한 미련이 남아있으면 사업을 제대로 할 수 없을 것 같아 본격적으로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펜 태블릿을 구매했다.

디지털 드로잉과 사진 합성으로 나만의 독특한 초현실적인 작품을 만드는 게 목표였다.


펜 태블릿에 익숙해질 겸 포토샵으로 연습을 했다. 별 기대 없이 그린 그림인데 첫 연습치 곤 그럭저럭 만족스러웠다. 문제는 다음 날이었다. 이미 기댓값이 높아져버렸기 때문이다. 두 번째 연습에서 첫날의 그림보다 퀄리티가 떨어지게 되자 좌절스러웠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참 웃기는 일이다. 2개월도 아니고 고작 이틀 찬데 좌절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 


그런데 내가 바로 그 말이 되지 않는 사람이다. 난 스스로를 이성적이라고 생각하며 살았지만 실상 하는 짓거리를 보면 감정적이고 모순 투성이다. 


나처럼 미성숙한 사람은 어떻게 하면 나만의 길을 꾸준히 걸어갈 수 있을까?

여러 가지 생각을 해봤지만 울면서도 펜을 잡고 선을 긋는 게 나에게 가장 맞는 방법인 것 같다.


욕심을 버리겠다는 다짐으로 정말 욕심이 버려진다면 좋겠지만 나처럼 욕심이 많은 사람에게는 적절한 방법이 아닌 것 같다.


잔머리를 써서 쉬운 길을 걸어보려 모색해왔지만 결국 나는 제자리로 돌아왔다.

내가 선택한 길은 힘들고 막막한 게 당연하다. 잘 닦여진 길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 선택과 경험을 통해 나를 더 발견하고 조금 더 성숙해질 수 있다면 걸어볼 만한 가치가 있지 않은가.


이상주의자인 나는 좌절을 이정표로 삼는 게 맞다. 좌절한다면 기뻐해야 될 것이다. 돌아갈지언정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일 테니 말이다. 그렇게 좌절이 쌓일 무렵 내 이상과 삶의 속도의 간격이 줄어들어 있길 바란다.


오늘도 부족한 내 글을 보며 올라오는 창피함에 발행 버튼을 누르기가 망설여지지만 글을 썼다는 것에 의미를 둬보겠다.


나의 첫 디지털 드로잉 연습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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