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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등대 Jun 16. 2022

사진에 관하여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사진에 찍힌 대상을 전유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자기 자신과 세계가 특정한 관계를 맺도록 만드는 것인데, 이 과정을 통해서 마치 자기가 어떤 지식을 얻은 듯, 그래서 어떤 힘을 얻은 듯 느낀다는 뜻이다. - 사진에 관하여 -

글을 쓰는 친한 동생이 며칠 전 수전 손택의 <사진에 관하여>를 선물로 보내줬다. 자신의 공방에서 이 책을 주제로 공부하고 있다며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책은 하루 만에 배송되었다. 정확히는 10시간 만에 문 앞에 놓여 있었다. 책이 배송된 날, 홍대에서 약속이 있었기 때문에 지하철에서 읽으려고 책을 챙겨나갔다. 하지만 본문을 한 장도 채 읽지 못하고 덮었다. 나에겐 지하철에서 읽을 만큼 가벼운 책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책의 무게감은 집에서 책을 읽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문장에서 다음 문장으로 시선을 옮기는 것이 무겁고 더뎠다. 그중 어떤 문장은 시선을 멈추게 했고 생각할 수 있게 해 줬다. 맨 위의 문장이 그렇다.


나는 사진을 통해 세상과 어떤 관계를 맺고 싶었던 걸까? 

질문이 어렵다. 그래도 답을 해보자면 세상을 통해 나 자신과의 관계를 돈독하게 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

사진을 찍을 땐 내가 멈춰 선 곳에서 질문을 하곤 한다. '왜 나는 여기서 멈췄을까?' 내 마음을 움직인 무언가를 찾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정확히는 내 마음을 존중해주는 게 질문의 요지다. 어쩌면 나는 남들보다 감정처리가 미숙해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누군가에겐 자기 욕구를 알아주는 게 너무 당연하고 쉬운 일일 수도 있지만 나에겐 자기 욕구를 알아주는 것만큼 어려운 일도 없다. 그런 내가 카메라를 들면 세상을 통해 스스로 질문을 하고 내 마음을 알아주는 연습을 자연스럽게 하게 된다. 나에겐 사진을 통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나'를 알아가고 싶은 게 정말 깊은 내면의 바람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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