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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등대 Jun 22. 2022

경험과 사진을 찍다는 것

사진에 관하여 中


사람들은 경험한다는 것을 바라본다는 것으로 자꾸 축소하려 한다. 결국 오늘날에는 경험한다는 것이 그 경험을 사진으로 찍는다는 것과 똑같아져 버렸고, 공개 행사에 참여한다는 것이 그 행사를 사진으로 본다는 것과 점점 더 비슷해져 버렸다. (중략) 오늘날에는 모든 것들이 결국 사진에 찍히기 위해서 존재하게 되어버렸다.

- 사진에 관하여 中-


 요즘 SNS에서 사진을 보면 자신의 모든 일상을 기록한 듯한 사진들을 볼 수 있다. 음식, 옷, 예쁜 풍경 등등 나의 하루를 분 단위로 조각내어 기록하기라도 하듯 사진을 찍어 업로드한다. 세상은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경험을 사진으로 남기는 것이 우리의 일상이 되어버렸고 작가의 말처럼 오늘날에 모든 것들이 사진에 찍히기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런 현상 속에 사람들의 욕구는 무엇일까? 모든 사람들이 그렇진 않지만 사회적 현상이라 봐도 무방하다고 생각한다. 그 속에서 우리는 어떤 욕구를 충족시키고 싶었던 걸까. 그리고 그 욕구로 인하여 우리가 경험으로써 충분히 음미해야 할 무언가를 놓치는 것은 아닐까.



사람의 성격만큼 다양한 이유가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경험과 사진을 찍는 행위를 분리하는 건 가능하지 않을까? 내가 생각한 방법은 나의 욕구를 알아차리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내가 사진을 찍고 SNS에 올리는 이유가 다른 사람들의 관심과 공감을 받고 싶은 욕구에서 비롯되었다고 해보자. 이때 욕구 자체를 부정하는 건 건강한 방법이 아닌 것 같다. 같은 행위를 하더라도 자신의 근본적 욕구를 알고 하는 것과 모르고 하는 것은 천차만별이라고 생각한다. 욕구를 알아주고 사진을 찍을 수 있다면 지금 내가 하는 경험을 사진을 찍는 행위와 동일시하는 것으로부터 분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경험을 경험으로써 충분히 누릴 수 있는 이 생긴다면 어떨까. 아름답게 하늘을 물들인 노을을 만났을 때 느껴지는 경외로움, 황홀함 등의 다양한 감정들을 충분히 느낀 다음 사진을 찍을 수 있다면 어떨까. 경험을한다라는 것은 경험 속에서 나를 알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를 알아가는 것 중에는 어떤 상황을 만났을 때 나에게 느껴지는 지금의 감정을 온전히 느끼는 것도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경험한다는 것이 사진을 찍는다는 것과 비슷해진 오늘날, 내 욕구를 알아줌으로써 경험을 경험으로써 사진을 사진으로써 분리할 수 있다면 사진을 찍히기 위해 존재하는 모든 것들의 의미가 달라지진 않을까 생각해본다.


어쩌면 내 욕구를 알았을 때 잠시 카메라를 내려놓고 그 순간을 충분히 즐기게 될지도 모른다.

하늘을 물들이는 노을에 경외로움을 느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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