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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등대 Jun 18. 2022

Life Surfer :

삶의 흐름을 즐기는 사람

"삶이 파도 같지 않냐?"

2년 전 친구랑 통화하다가 문득 던진 말이었다.

"왜 그렇잖아. 파도를 자세히 보면 고점과 저점을 반복하며 일정한 리듬이 생기잖아. 그게 삶의 리듬과 비슷한 것 같아서"

친구도 동의하는 듯했다. 친구와 나는 삶의 리듬이 비슷했다. 비슷한 시기에 여름이었고 또 겨울이었다.

파도를 주제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이야기의 결론은 이랬다.

서퍼가 파도를 타듯 우리도 삶의 흐름을 탈 수 있다면 살아가는데 어떤 일이 생겨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는 결론이었다. 그리고 그걸 Life Surfer라 이름 지었다.


재밌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친구와의 대화를 말에서 끝내지 않고 실천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Life Surfer라는 온라인 모임을 만들었다. 그리곤 내게 소중한 친구 7명을 초대했다. 그래서 무엇을 했느냐. 매일 감사일기를 쓰고 서로 공유했다. 맘에 들지 않는 하루여도 그 속에서 감사함을 찾아보자는 게 취지였다. 감사함을 잃지 않는 것이 삶의 흐름을 타는 비결인 것 같았기 때문이다. 삶은 해석하기 나름이기에 삶이 버겁게 느껴질 때도 감사함을 발견하는 능력을 키워놓으면 다시 흐름을 탈 수 있을 것 같았다.


Life Surfer는 100일 동안 진행되었다. 중간에 고비도 있었지만 무사히 끝마칠 수 있었다. 효과도 꽤 있었다. 삶의 흐름에서 저점에 있을 때 자책하는 일이 줄어들었고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일이 많아졌다. 하지만 모임을 운영하는 게 에너지 소모가 컸기에 2기를 진행하는 일은 없었다.


며칠 전 한강을 걸었다. 강가까지 내려가 일렁이는 물결을 바라보다 문득 Life Surfer를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2년이 지난 지금 나는 삶의 흐름을 즐긴다고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을까. 대답은 No.

하지만 물에 빠지고 다시 서핑보드 위로 올라가길 반복하면서 연습 중이라고 얘기하고 싶다. 어쩌면 2년 전에는 물에 빠지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니 그런 방법은 없는 것 같다.

그땐 거기까지 생각하지 못했다. 아니, 알고 싶지 않았다.

서핑을 하는 사람은 꼭 물에 빠진다는 것. 거기까지가 서핑이라는 걸 말이다.

이제는 좀 더 현실적인 서핑을 즐기려 한다. 매번 물에 빠졌을 땐 허우적거리기 바쁘지만 허우적거리다 보면 빠져나오는 속도도 빨라지지 않을까 바래본다.


그렇게 몇 년 후 삶의 흐름을 타며 즐기고 있냐 스스로 질문했을 때 Yes라고 대답하고 싶다.

한강에서 일렁이는 물결을 보다가 사진으로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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