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당 기사는 영디비 님, 디에디트 ‘에디터 H’님과 루크 우드 CEO의 12월 6일 인터뷰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올해 2019년은 비츠가 솔로 헤드폰 라인을 론칭한 지 10주년이자 애플 구성원이 된 지 5년이 되는 해입니다. 닥터 드레의 꼬리표를 떼고 애플에 인수되면서 사운드가 바뀌었지만 특유의 생기 넘치는 디자인은 유지했습니다. 비츠 헤드폰 라인 중에서 온이어 타입인 솔로가 3,000만 대 이상 판매된 것에서 디자인의 강점을 알 수 있습니다.
지난 6일 대치동 파크하얏트호텔에서 비츠의 CEO 루크 우드와의 만남이 있었습니다. 내년 한국 출시 예정인 ‘솔로 프로(Solo Pro)’에 대한 설명과 더불어 비츠의 비전과 목표에 대해서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우드 CEO는 기타리스트로 시작해 레코드 대표 출신까지 오른 뮤지션으로, 비츠에는 지난 2011년 합류했습니다. 후드 집업의 훈남 아저씨인 첫인상과 달리 비츠의 비전과 목표를 밝힐 때는 누구보다도 진지하고 열정에 찬 CEO의 모습이었습니다.
이번 솔로 프로 이름을 듣자마자 ‘애플 작명법이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요사이 애플은 아이폰/아이패드에 이어 에어팟까지 ‘프로’ 이름을 붙이죠. 소비자들은 ‘프로=비쌈’이라 생각하겠지만 그만큼 성능이나 디자인이 더 좋은 것 또한 사실입니다.
솔로 프로의 가장 큰 진보는 온이어 헤드폰 라인 최초로 노이즈 캔슬링을 적용했다는 점입니다. 애플 H1칩 채택을 통해 최적화된 노이즈 캔슬링 기술을 바로 적용할 수 있었고, 트랜스패런시 기능과 빠른 페어링, 레이턴시까지 가능해졌습니다. 노이즈 캔슬링 모드에서 최대 22시간, 노이즈 캔슬링을 끄면 최대 40시간까지 사용할 수 있는 재생 시간은 덤입니다.
하지만 H1칩을 쓰는 걸로 끝난 게 아니었습니다. 솔로 프로는 비츠의 ‘퓨어 ANC(Pure Adaptive Noise Cancelling)’ 기능이 최초로 적용됐다고 하는데요. 외부에 위치한 2개의 마이크를 사용해 실시간으로 주변 환경 소음을 들어 감소시키고, 추가로 내부에 위치한 2개의 마이크를 사용해 사용자가 실제 듣는 소리를 듣고 추가로 보정하여 소음을 감소시키는 기술입니다.
우드 CEO는 “에어팟 프로와 같은 칩을 쓰지만 드라이버가 다르니 튜닝이 다를 수밖에 없다”며 “40mm 드라이버에 맞게 독자적인 튜닝을 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제품을 켜봤습니다. 접힌 헤드폰을 펴면 전원이 켜지고 페어링 모드에 들어갑니다. 우드 CEO가 제품을 들자마자 아이폰 화면에 바로 페어링 팝업이 떴습니다. 전원 버튼을 없애거나 숨기는 것을 참 좋아하는 애플의 디자인 큐가 여기에도 적용됐습니다.
우드 CEO는 “노트북이 열면 켜지고 닫으면 꺼지듯 헤드폰도 그만큼 쉽게 껐다 켰다 해야 된다”며 “이런 것을 애플에서 배울 수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전체적인 디자인은 솔로를 기본으로 하되 좀 더 부드럽게 다듬어진 모습입니다. 유닛이 접히는 부분이나 헤드밴드, 길이 조절하는 부분까지 상당히 견고하게 제작됐으며, 마감도 이전 모델보다 고급스러워졌습니다. 유닛 정면은 헤드 밴드와 분리된 디자인입니다. 사실 이 부분에는 물리 버튼이 숨겨져 있는데 언뜻 보면 버튼인지도 모를 정도로 깔끔하게 디자인됐습니다.
디자인적인 면도 중요하지만 영디비라면 음질적 요소도 살펴봐야 합니다. 특이한 점으로는 유선 연결을 지원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좋게 말하면 ‘선택과 집중’이고 나쁘게 말하면 ‘무선 성애’라고 불릴 정도의 애플 고집인가 싶습니다.
우드 CEO는 “예전에는 항상 3.5파이 잭이 있어 액티브 튜닝, 패시브 튜닝을 따로 해야 했다”며 “튜닝 프로파일이 두 개가 되면 어느 것 하나 완벽할 수 없는데 이제 액티브 디바이스로만 튜닝을 하면 되니 품질 자체가 더 개선이 될 수 있었다”면서 해당 사항의 장점을 강조했습니다.
청취해 보았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나중의 리뷰를 위해 아껴놓겠습니다(ㅎㅎ). 처음 듣자마자 느낌은 ‘노이즈 캔슬링이 상당히 자연스럽다!’였습니다. H1칩에 애플의 기술 적용이라 강력한 성능을 예상했는데 말이죠.
우드CEO는 “가장 중요한 건 오디오적인 면이다”라며 “노이즈 캔슬링 자체가 탁월해야 하지만, 원음 자체를 방해해선 안 되며 보존하는 선에서 개입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아마도 노이즈 캔슬링의 강도를 일시 봉인한 세팅으로 보입니다.
파워비츠 프로에 대해서도 질문했습니다. 파워비츠 프로는 세미 커널형으로 제작돼 차음성이 좋지는 않았기 때문입니다.
우드 CEO는 “파워비츠 프로는 운동용 이어폰으로 개발됐다”며 “운동 시 주변 환경에 대해 충분히 인지를 해야 하는 것을 의도한 설계”라고 답했습니다.
이후에도 제품과 회사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우드 CEO는 사업가이자 뮤지션의 느낌을 오가며 생기 넘치면서도 진지한 모습으로 인터뷰에 응했습니다. 그러면서 “애플과 비츠가 한 가족이 되면서 애플로부터 여러 기술을 제품에 적용할 수 있어 기대가 됐다”며 “이번 제품은 솔로를 완전히 새롭게 재설계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밝혔습니다.
애플과 비츠의 동거가 어느덧 5년이 됐습니다. 생기발랄한 악동 이미지가 없어지는 것 아니냐는 세간의 우려와 달리 비츠는 애플의 장점을 받아들이면서 자신의 이미지를 더욱 세련되게 다듬어나가고 있습니다. ‘모양에 비해 소리가 떨어진다’는 세간의 혹평도 상당 부분 사라진 상태죠.
현재 이어폰/헤드폰 시장은 블루투스+노이즈 캔슬링 시대에 접어들었습니다. 노이즈 캔슬링이 예전부터 존재한 기술이지만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습니다. 애플은 이 분위기를 정확히 짚었고 비츠도 이에 따라오고 있습니다.
같은 듯 다른 이 둘의 행보를 보면서 ‘형님’만큼 ‘동생’ 비츠의 2020년 행보가 궁금해지지 않습니까? 그래서 ANC 인이어 이어폰을 준비 중인지 물어봤지만, 역시 돌아오는 대답은 “No Comment”였습니다. ANC 인이어 이어폰을 준비하고 있다는 냄새가 아주 강하게 납니다.
비츠 솔로 프로는 블랙, 그레이, 아이보리, 라이트블루, 레드, 다크블루 등 총 6가지 컬러로 제공됩니다. 한국에서는 내년 1월 판매 예정이며 가격은 35만 9,000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