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잘 모르는 사람도 배움이 짧은 사람도 사회에서 소외되기 쉬운 사람도, 이번 생은 망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두문불출하기 쉬운 이들이지만 소통만 된다면 가까이에서 가장 쉽게 만날 수 있는 곳이
아무나 하는 마을활동가라고?
천 세대도 안 되는 작은 마을이라, 아무나 하는 마을활동가라고 사람들은 생각한다. 한두 해 보조금을 이용해 실적을 낼 수는 있다. 실적은 참여 인원으로, 서명만 받아 첨부하는 인원 중심이면 쉽다. 강사비도 공짜, 재료비도 공짜. 누구나 쉽게 참여하는 불특정 다수의 인기 프로그램으로, 얼마든지 뻥튀기처럼 실적을 만들 수도 있다. 문화센터 몇 개만 따라 하면 된다. 주민자치센터처럼 취미강좌 몇 개만 반복해서 열면 된다. 아이들 대상으로 무료로 프로그램 돌리고, 강사비는 시간당 최소 수준으로 딱 고정시키면 사업비도 적게 들고, 할 일도 적다. 인원 실적은 쉽다. 어린아이들이 동원되는 행사를 하면, 엄마, 아빠는 물론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오신다. 형제, 자매까지.
아이들 20명만 있어도 100명 북적대는 행사를 얼마든지 치를 수 있다. 잠깐 자기 아이 순서만 보고 사라지는, 그 모든 방문객을 참여 인원으로 계산해서 몇 번만 행사하면 확실한 실적이고, 공동육아로 기록할 수 있다. 이런 사업, 시쳇말로 아무나 할 수 있다. 그런데, 정말 이런 게 공동육아이고 마을공동체라고 부를 수 있는가? 보조금 사업 없이도 지속 가능한가? 보조금 사업이 없어도 지속 가능하다면 왜 처음부터 유료 수업, 유료 활동으로 하지 않는가? 사교육인가, 공동체 활동인가? 어떤 공공적 공동체성이 담겨있는가? 모이면 무조건 공동체인가? 자부담의 사적 공동체와 보조금의 공적 공동체의 근거는 무엇인가?
필요할 때는 작은 마을이더라도 이런 행사도 해야 한다. 하지만 모든 사업이 다 행사 중심이고 불특정 다수의 수혜라면 참여자들은 어떻게 인식할까. 전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지자체의 큰 행사처럼 작은 마을 사업도 그렇게 하면 행사는 성황리에 이루어지겠지만, 보조금 없이 지속 가능할까?
마을의 주체성과 지속성, 민주시민의식과 자발적 참여를 생각하면 모든 건 달라진다. 새로운 사람을 찾고 마을 사람들의 참여를 독려하는데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다가가기 위한 활동 계획이 필요하다. 기존 참가자가 큰 어려움 없이 모임에 계속 참여하게 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모임에, 활동에 계속 참가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1개월 된 사람과 5년 차로 참여한 마을 사람에게는 어떤 차이가 있는가. 공공적 마을공동체를 생각하는 마음이 늘었는가?
마을사업은 하나의 프로그램인가? 일회성 행사나 몇 회기로 구성되는 단편적 프로그램인가? 유료 활동으로 진행하려면 사람들이 얼마를 지불할 수 있을까 고민하니, 강사 수준도 생각해야 한다. 무료특강이라면 대상자는 누구로 해야 할까. 평등의 관점으로 참가자를 생각하고, 생애주기별로 바라보면 또다시 달라진다. 어떤 활동을 유료로 진행해도 적합할까. 이 프로그램을 마을에서 진행하면 인근 상가와 충돌은 없을까. 학원의 반발은 없을까. 행사와 강좌, 시민활동을 기획할 때마다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작은 마을 단위의 보조금 사업은 다수의 인원 중심으로, 그것이 실적이며 잘 된 마을이라고 평가하면 곤란하다. 인원이 많이 모이면 소통의 질이 깊어지기 어렵다. 오래된 전통적인 마을, 생계가 연결된 마을이라면 서로 잘 알지만, 도시의 마을에서 이제 막 조성된 마을이라면 더더욱 우리는 서로를 잘 모른다. 보조금으로 진행되는 행사가 만약 아이들 중심이라면, 반드시 그다음 단계가 필요하다. 부모들이 서로를 알고 함께 이웃으로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처음엔 행사로 시작하더라도 그다음은 소통 있는 사귐이 일어나도록 마을 프로그램의 방향성이 필요하다.
부모들이 좋아하는 아이들 중심의 체험학습이나 행사를 소수가 진행하고 다수가 구경꾼이 되면 작은 마을에서는 갈등이 일어난다. 만날 일하는 사람만 일한다고, 그러다 지쳐 나도 모르겠다, 왜 사서 고생이냐, 관두자. 그런 마음이 생기기 쉽다. 지속성에서 멀어진다. 아이들 사교육을 공동체교육이라는 이름으로 또 다른 치맛바람이라며 비판적일 수 있다.
아이들 중심의 체험학습, 어른들을 만날 기회이다. 체험학습은 모집이 쉽기 때문에 진행하기도 쉽다. 그래서 인기가 있지만 어른 관계에서 개별적인 소통이 일어나기는 어렵다. 각자 체험하고 헤어지기 때문이다. 체험학습의 또 다른 단점은 아이들이 한 번 경험해 본 사업은 인기가 없다는 것이다. 똑같은 수준이 아니라 다른 수준을 원하기 때문이다. 부모들은 아이들 교육을 위해 마을을 떠나 다른 곳으로 체험학습을 하러 간다. 그래서 결속력이 없는 작은 마을의 행사는 무늬만 공동체라는 오해를 받기 쉽다.
아이들 중심의 프로그램이 갖는 또 다른 문제가 있다. 그렇게 보조금을 풀어 아이들, 그것도 유·초등 아이 중심의 수업을 진행하면 생기는 문제가 뭘까? 마을교육공동체 프로그램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마을공동체 프로그램도 마을교육공동체와 똑같이 진행하면 뭐가 문제일까. 정말 소통이 간절한 사람들에게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쉽게 참여할 수 있는 평생학습의 기회가 차별 없이 평등하게 주어지지 않는다.
마을에서 우울하고 힘들게 지내는 사람도 끼어들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누가 집에 외롭게 있는 사람을 마을 도서관으로, 마을 카페로, 경로당으로 나오게 할 수 있을까. 누가 학습에서 소외된 사람을 찾아낼 수 있을까. 누가 행복이 필요한 사람을 찾아낼 수 있을까. 누가 이웃의 따뜻한 마음을 받아 줄 수 있고, 누가 도움이 필요할까. 어떻게 마을공동체 활동, 평생학습 보조금 사업 정보에서 멀리 있는 사람에까지, 정보를 전달하고 참여하도록 격려할 수 있을까. 장애인도 마을에서 함께 할 수는 없을까. 글을 잘 모르는 사람도 배움이 짧은 사람도 사회에서 소외되기 쉬운 사람도, 이번 생은 망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두문불출하기 쉬운 이들이지만 소통만 된다면 가까이에서 가장 쉽게 만날 수 있는 곳이 작은 마을이다.
이런 사람들을 위한 평생학습 프로그램이야말로 공짜여야 한다. 보조금 지원이 필요한 이유는 학습비를 내고 참가하기 어려운 대상이기 때문이다. 많은 인원을 모으기도 어렵다.
그래서 참가 인원 중심으로 사업 평가를 받게 되면 별 볼일 없는 마을로 오해되기 쉽다. 열심히 일했는데 참가자가 별로 없어서 좋은 마을이 아니라고 평가를 받는다면 진행자가 회피하고 싶은 프로그램이 될 수 있다. 딱 서너 명이어도 꼭 소통이 필요한 개인일 수 있는데 열 명이 아니라서, 스무 명이 아니라서 모집 인원에 미달되었다고 폐강한다면 프로그램은 문화센터와 차별성이 없다. 지자체의 프로그램과 차별성이 없다. 작은 마을이 마을공동체 사업을 잘 풀어 가면 가장 멋지게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나는 그 역할이 평생학습을 균형 잡힌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평생교육전문가, 그것도 마을공동체 활동에 빠삭한 평생교육 전문가에서 나온다고 믿는다. 그래서 아무나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마을의 지속성을 학습으로 연계할 줄 알고, 마을 사람들을 마을 밖 기관으로 네트워크 시킬 수 있는 전문가, 평생학습과 마을공동체에 대한 진정성을 가진 사람이 필요하다. 작은 마을이어서 더욱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