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취미는 노래 부르는 것이다. 성악. 내 인생의 로망이었다. 노래를 탁월하게 잘 불러 항상 학교 대표로 솔로를 했는데... 시골 학교에서 초등학교, 중학교 7년을 합창반에서 살았다. 시골에서 아는 게 없었다. 성악 레슨을 한 번도 받지 못했고 나는 일반 대학에 진학했다. 그리고 나서야 성악을 하려면 개인 레슨을 받아 입시를 치른다는 걸 알게 되었다. 성악가가 내 직업이었으면 했지만 그저 로망일 뿐. 교회 성가대와 중창단 밖에 설 자리가 없었다. 성악 전공한 교회 자매들이 참 부러웠다.
어느 날 갑자기 인생이 황망해져 힘겨울 때 유튜브 속 메조 소프라노의 노래를 들었다. 곧장 노래를 배우러 갔다. 40이 넘어서 내 생일 선물로 레슨 한 달만 받자고 했는데 멈출 수 없었다. 일찍 배워 전공자처럼 부르는 일반인이 있었다. 이제 막 시작한 왕초보가 열심히 배우면 저이처럼 전공자 소리를 낼 수 있지 않을까 갈망하는 마음이 솟구쳤다. 전공자처럼 부를 수 있는 상급 아마추어 수준까지 도달하고 싶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몸이 아파도 결석하지 않았다. 그렇게 4년 이상 공들여 배웠던 성악이었는데... 선생님도 내가 참 열심히 배워 노래를 잘하게 되어 기뻐하셨는데... 돈도 못 버는 마을공동체 일이 너무 많아 연습도 못하고, 레슨도 가지 못했다. 그렇게 1년이 지나버렸다. 마음을 다잡고 다시 배우려 하니 또다시 코로나. 성악을 다시 해보려고 얼마나 노력했었던가. 이제 레슨 못 받는 시간이 점차 길어지고 있다. 발성하며 연습한 지 까마득이다.
온라인 수업을 한다고 아이들이 집에 있으니 방해 될까봐 연습을 할 수 없다. 공부 못하게 한다고, 시끄럽다고 야단이다. 원래 공부도 안 하는 애가 왜 공부는 거들먹거리는지.... 방해된다니 어쩔 수 없이 입도 벙긋 못하는 신세가 되었다. 합창단도 없어지고, 개별 수업도 조심스럽다. 다시 노래를 부를 수 있었으면...
그러고 보니, 내 취미는 아니지만 조용하게 할 수 있는 캘리그래피는 심심할 때 할만하다. 미술과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먼 나다. 세모, 네모는 물론 동그라미 하나 제대로 못 그리고 직선도 삐뚤어진다. 음악으로 치면 음치이고 박치 수준이다. 주제를 던져주고 브레인 라이팅을 하라고, 생각을 그리라고 요청 받아 펜만 잡으면 애를 먹는다. 캘리그래피는 절대 좋아하는 취미가 될 수 없었다. 마을 사람들과 어울리려고 어쩔 수 없이 시작했던 학습모임이 캘리그래피였다.
예쁜 손글씨는 쓸 수 없었지만 먹물 냄새가 좋았다. 붓을 잡고 연습을 하면 마음이 차분해졌다. 예전에 몰랐던 감흥이 있었다. 스트레스가 저절로 풀렸다. 실력은 안 되었지만 자격증까지 받았다. 이제 왕초보는 아닌가 싶지만, 역시 나는 왕초보다. 어쩌다 손글씨를 쓰면 '처음인데, 어쩌면 그렇게 잘 썼냐'는 말을 듣는다. 하하하 내가 자격증까지 받을 만큼 60시간 공부한 걸 모른다. 그래서 나는 절대 내색하지 않는다. 마치 오늘 처음 붓을 잡은 것처럼 쑥스럽게 웃기만 한다. 예쁜 손글씨에 덧붙여 그림도 잘 그렸으면... 다가갈 수 없는 로망이다. 함께 할 사람이 있다면 가끔씩 어쩌다 한 번이라도 캘리 붓을 잡고 싶다. 먹향에 취해 세상을 그윽하게 바라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