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해도 신날 수 있다면
제일 재미있게 사는 사람은 누구일까. 아마 자신이 하는 일을 놀이처럼 즐길 수 있는 사람이겠지. 일을 하면서도 신난다고 느끼는 사람일 것이다. 평생 그럴 수 있다면 분명 천직이라며 날마다 일해도 좋다 할지 모른다.
물론 행복이 꼭 재미와 동반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녹초가 될 만큼 힘겨운 노동을 하더라도 하루 일과 끝에 만족감을 얻는 사람도 그다지 불행하지는 않을 것이다. 육체를 견뎌내는 고상한 정신은 사명감에서 우러나오는 것일 수도 있다. 어쩌면 종교가 주는 가장 큰 매력은 소명의식으로 가득 찬 열정적인 노동이지 않을까. 그것이 정신적이든, 육체적이든.
하지만 열심히 일을 하고서도 공허한 뭔가가 가슴 깊이 남아 있다면? 힘든 노동도 의미를 잃기 쉽다. 신의 부르심이라 여겼던 일은 절대 공허하지 않을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소명이라 생각하며 일했지만 자주 보람과 공허 사이에서 왔다 갔다 했다. 소명의식을 잃어버리게 된 지금 나는 점차 현실에 적응해가는 중이다.
일에 대해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죽을 때까지 자기 밥벌이가 가능한 사람이 가장 부럽다. 치킨을 튀기든 김밥을 싸든, 미용기술이든, 바코드를 찍는 편의점 주인이든, 운전을 하든, 자신을 책임질 수 있는 일이라면 만족할 수 있지 않을까. 반짝반짝 빛나는 전문적인 일이 아니어도 자신을 책임질 수 있는 일, 남에게 밥 빌어먹지 않아도 되는 일, 그런 일이면 뭐라도 신이 날 것 같다. 100세 시대, 수백만의 팔로워를 거느린 유튜버가 아니어도 좋다. 스트레스받지 않으면서 내 생활 범주 안에서 행복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