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용돈 좀 주세요

by 조이스랑

엄마, 용돈 좀 주세요

코로나 때문에 이번 추석에도 엄마 아빠를 만나지 못한다. 작년에는 아예 가족 모임을 안 했다. 동생만 시골집을 찾아 음식을 갖다 드렸는데 섭섭하셨나 보다. 올해는 오빠네 집만이라도 가시기로 했다. 부모님은 백신 주사를 2차까지 맞았으니까 코로나 걱정을 조금 덜었다. 우리 집도 들르면 좋지만 동탄까지 왔다 가시는 게 오히려 힘드시다. 그래서 우리가 짐을 받으러 수원역으로 나가기로 했다. 추석이라고 딸, 사위 주려고 송편을 만드셨다니까. 수원역에서 버스를 타고 오빠네 집에 간다고 하시는데 수원역은 복잡하다. 꼬부랑 할머니가 된 엄마가 걸음 떼기도 힘드실 텐데 버스 정류장을 잘 찾으실까. 걱정이 되어 남편과 아들이 수원역에 나가 짐도 받고 버스편도 알아보기로 했다. 정이가 수원역 구조와 교통편은 그 누구보다 훤하게 잘 안다. 전철 타기를 너무 좋아해서 한 번만 보면 절대 안 잊어버리는 척척 도사이니까. 그래도 할머니를 만났는데 용돈을 못 받으면 서운할까 봐 엄마께 전화를 드렸다.

“엄마, 정이가 아빠랑 갈 거야. 잊지 말고 손주 용돈 좀 주세요.”

집에서 출발한 지 세 시간이 지나 남편과 아들이 돌아왔다. 역부터 정류장까지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를 갈아타며 상당히 시간이 걸렸다고 했다. 가분수가 되어서 구부정한 허리에 배낭을 짊어진 엄마, 너무 비쩍 마른 아빠. 행색이 어떨지 상상이 갔다. 무릎 아프고 허리 아픈 어르신에게 내려가는 계단은 고역이다. 계단 많은 지하도는 한 발짝 떼기도 힘들지만 넘어지면 더 큰 일이다.

“할머니께 잘 안내해 드렸니?”

“응. 용돈도 받았어.”

받아온 짐을 풀어보니 송편 겉이 아주 진한 쑥색이다. 시중에서는 구할 수 없는 진짜배기 송편, 맛이 기가 막히다. 살짝 익혔더니 쑥이 얼마나 많이 들어갔는지 쑥향이 입안 가득이다. 흑임자와 찹쌀가루, 깨를 갈아 만든 건강식까지. 식사 대용으로 죽을 만들어 먹으라고 같이 보내주셨다. 엄마, 아빠 감사히 잘 먹겠습니다. 얼른 전화를 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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