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부터 한 개 두 개 몸에 올라오던 빨간 두드러기가 점점 늘어나 긁지 않으면 버틸 수 없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처음엔 음식 알레르기인가 싶어 우유, 아몬드를 의심했다. 카페라테로 우유를 한 잔 마신 날보다 두 잔 마신 날 더 가려움이 올라왔다. 심각할 정도는 아니어서 한 두 개 정도 올라오는 두드러기를 몇 달 동안 무시했다. 그러다 얼마나 되었는지 모르지만 피부 가려움이 점점 심해졌다. 등 전체를 긁어야 하는 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증상이다. 등에 로션을 발라주려고 했던 남편이 어쩌다 이렇게 되었냐고 놀랄 정도였다. 혼자 몸통 전체를 긁다가 다리로 내려오고 어느 날은 목까지 가려움이 올라왔다. 가을에서 겨울로 이어지는 환절기 일시적 증상이라 믿고 싶었다. 하지만 남편 따라 나도 아토피가 되어가는가 싶어 불안하다. 밤에 자다가도 일어나 긁어야 할 정도로 피부가 망가지고 있으니 분명 어딘가 잘못되었다. 심한 상태는 아니지만 속옷에 피가 조금씩 묻어나고 있었다.
또 다른 증상은 탈모였다. 샴푸를 이용하면 심각하게 머리가 빠져도 비누를 사용하는 날은 감쪽같이 머리가 안 빠졌는데, 이제는 샴푸는 물론 비누까지 머리가 많이 빠졌다.
입안 혀 감각도 거의 죽은 듯 미각이 잘 느껴지지 않았다. 아주 달지 않으면 맛이 잘 느껴지지 않고 온통 맵게만 느껴졌다. 이런 혀 감각은 2년 전 몸 상태가 정말 나빴을 때와 비슷하다. 어쨌든 감각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는 건 좋은 증상은 아니다. 어딘가 점점 더 나빠지고 있다는 뜻이다. 이대로 놔둘지 뭔가 개선해야 할지 결정해야만 한다.
11월 28일. 어쩔 수 없이 커피와 우유, 가공식품을 중단했다. 하루 네 잔 이상 마셨던 카페 라테, 아이들 따라 같이 먹었던 과자, 케이크, 빵, 육류를 중단하고 양배추, 고구마, 당근, 브로콜리를 다시 먹기 시작했다. 소처럼 많이 먹지는 않았지만 양배추는 하루 400g 이상 먹었다. 양배추는 생으로, 브로콜리는 데쳐서, 고구마와 당근은 쪄서 먹었다. 아이들의 볼멘소리를 뒤로 하고 밥은 팥, 검정콩, 다시마를 넣어 같이 지었다. 그렇게 시작한 지 첫 1주일 동안 딱 하루만 빼고 피부는 여전히 가려웠다. 그래도 가려움 때문에 매일 손톱자국이 나도록 긁다가 하루이기 했지만 긁지 않는 날이 있었다는 건 좋은 신호이다. 커피를 마시지 않은 지 9일 차에 마을 카페에서 참다 참다 끝내 진한 카페라테를 주문하고 말았다. 반 잔 이상 마셨다. 다 마시지는 않았지만 투샷이 들어간 커피였다. 몸이 다시 카페인 적응을 못해서 그 날밤 새벽 4시가 되어서야 잠이 들었다. 그새 참지 못하고.... 후회해봐야 소용없다.
10일 밤이 되자 가렵지 않았다. 연이어 11일 차에도 예전처럼 긁지 않아도 되었다. 이틀 연속 가려움이 확 줄었다. 빨간 피부 반점은 여전히 남아있고 건드리면 가렵다. 음식을 먹은 직후 조금 간지러워 건드리게 된다. 하지만 10일 전에 비하면 대단한 발전이다. 한밤 중 자다가 일어나서 긁다 다시 잠들어야 했으니까. 지금은 그 정도로 긁지 않아도 되니 빨간 반점만 빼면 참을만하다. 식생활 패턴을 잠깐 바꾸었을 뿐인데, 가려움이 이 정도로 차이가 날 줄 몰랐다. 이틀 살만 해졌다고 또 커피 생각이 난다. 커피 대신 민트 초코 한 잔을 마시고, 설마 한 잔 마셨다고 또 가려움이 확 올라올까... 슬슬 불안해진다. 12일 차인 오늘 밤 나는 다시 긁어야 할까.
마트에 갈 때마다 유혹은 널려있다. 내일은 동네 이웃과 식사하는 날이다. 맨 손으로 갈 수는 없어 치즈 케이크를 벌써 사버렸다. 나는 치즈 케이크만 넘겨주고 한 조각 안 먹고 이웃과의 점심을 무사히 끝낼 수 있을까. 마음을 단단히 먹지 않으면 안 될 텐데.... 피부가 가려워서...라고 사실을 말하고 잘 참아야 할 텐데.... 내일 나의 결심을 실천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몸의 세포가 120일이면 달라진다고 하니, 적어도 그때까지는 야채와 과일 섭취를 늘리고 일찍 잠자리에 드는 습관을 만들어야겠다.
식생활을 다시 개선해야겠다고 결심하고 다시 읽은 [암의 스위치를 꺼라], [병 안 걸리고 사는 법] 두 권의 책이 식생활 패턴을 돌아보게 해 준다. 읽는 것만으로는 건강해질 수 없다. 평소 습관이다. 습관을 바꾸기 위해서는 3,3,3 법칙을 기억해야 한다. 3일 실천, 3개월 후 변화, 3년 후 정착. 나는 아직 2년 차도 되지 못했다. 그래서 식생활과 운동습관이 왔다 갔다 하는 중이다. 3년이란 시간을 잘 활용해서 건강 습관을 잘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 좋은 식사, 좋은 생활습관, 충분한 휴식과 적절한 운동, 긍정적인 생각을 해야 건강이 유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