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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스랑 Feb 21. 2023

책 한 권 이벤트

3년 전 건강 때문에 읽게 된 책에서 85% 이상 코코아가 함유된 다크 초콜릿을 매일 먹는다는 의사 얘기에 내 귀가 솔깃했다. 나도 따라 해야지. 마음먹고 좋아하지 않던 초콜릿을 먹기 시작했다. 85% 이상은 기본, 어떤 때는 99%의 다크 초콜릿도 참고 먹었다. 누가 줘도 먹지 않았던 만큼 좋아하지 않던 초콜릿이었는데, 먹다 보니 중독성이 있다. 이제 초콜릿을 끊기가 너무 어렵게 됐다. 남들은 크레파스 씹는 맛이라는데 90% 다크가 맛있게 느껴졌으니 식구들이 좋아하는 밀크 초콜릿은 지나치게 단맛이다. 한 입 먹고 포기한다. 하지만 코코아가 적당히 함유된 60% 린도볼 다크 초콜릿은 참말 맛있다. 아주 다크 한 것만 먹다 살짝 다크 한 걸 맛보았더니 세상이 어찌나 달콤한지 상자를 뜯자마자 한자리에서 7개를 먹었다. 아니다. 정확하게는 마트에서 집까지 걸어오는 길에 상자를 뜯은 게 실수였다. 한 알만 맛봐야지 했던 게 두 알, 세 알, 그렇게 홀라당 한 상자를 먹을 수도 있었는데 간신히 참고 참아 일곱 알에서 겨우 멈췄다. 60%는 다크라고 할 수 없다고 정말 달달하다고 주장해도 남편은 써서 먹지 않겠단다. 다른 식구들도 거들떠보지 않는다. 유독 나에게만 강렬한 유혹이라 한 알에서 멈추지 못한다. 참고 참아도 이틀이면 한 상자를 먹어치운다. 아무리 애써도 절제하기 힘들다. 가장 좋은 방법은 한 알도 맛보지 않는 것. 아예 사지 않는 것. 그렇게 해서 다크 초콜릿은 내 인생에서 사라지는 것 같았다. 


나의 결심을 흔들었다. 1+1. 얼마 전 밸런타인 행사 판촉에 넘어가 99% 다크 초콜릿을 사재기했다. 그리고.... 곁들여 60% 다크 초콜릿 한 상자를 샀다. 쌉싸름한 겉초콜릿 껍질 안에는 달콤한 밀크가 숨겨져 있다. 아! 이걸 뜯으면 순식간에 다 먹고 말 텐데 어떡하지? 참기 어려울 것 같는데.... 

별 수 없다. 나만의 룰을 만들 수밖에. 책 한 권 읽고 나면 초콜릿 한 개 먹기. 한 동안 초콜릿 상자만 바라봤다. 900쪽 짜리라 한 알 먹기가 힘들었다. 마침내 한 권 읽고, 한 알 먹고, 또 400쪽짜리 한 권 읽고 한 알 먹고....  아껴 먹을 수 있게 되었다. 며칠 전에는 초콜릿이 먹고 싶어 빨리 읽을 수 있는 시집 한 권을 집었다. 생전 읽지도 않던 시집이니 이번에 읽어볼까 할 수 있도 있었지만.... 시가 목구멍으로 넘어가지를 않는다. 반칙이다 싶어 시집을 내려놓았다. 딴 일에 정신이 팔려 읽다 말다 하던 책을 어제 다 읽었다. 운 좋게도 200쪽 약간 넘는 거라 미션은 쉬웠다. 


초콜릿 한 개를 먹는 오늘을 사랑한다. 다크 초콜릿 한 상자를 비우려면 한참 걸리겠지만 그래도 좋다. 책 한 권 읽고 다크 초콜릿 한 알 먹고. 내 이벤트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지만 일단 다음 책을 물색해 보는 오늘이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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