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팠다 안 아팠다 계속 그랬다. 턱을 왼쪽으로 기울여 과도하게 연습해서 그런가? 몇 년 간 안하던 바이올린 연습을 너무 많이 해서 어금니 부분이 아픈가 보다 했다. 나는 이게 문제다. 뭔가를 시작하면 거기에 집중해서 결과를 만들어 내려는 습성 말이다. 한 오 년 정도 쉬었던 바이올린을 다시 시작하려니 예전에 배우던 게 아까워서 다시 기초라도 따라가 볼 요량이었다. 턱으로 많이 눌렀으니 치아도 아픈 줄 알았다. 힘이 잔뜩 들어간 어깨도 아팠으니까. 어쩔 수 없이 일주일 정도 바이올린을 쉬었더니 치아도 괜찮아졌다. 그렇게 시간이 지났다. 바이올린을 다시 잡기가 겁났다. 모르면 무식하다고, 이러다 치아가 빠지는 건 아닐까? 그런 상상까지 했다. 이 나이에 이가 빠진다고? 생각만해도 움찔거렸다. 바이올린 바이 바이~
어느 날 달달한 초콜릿을 조금 많이 먹었다. 치아가 다시 불편해졌다. 염증이 생겼나? 강황을 하루 세 번 먹었더니 며칠 지나 또 아무렇지도 않았다. 역시 염증엔 강황이 최고야! 마치 만병통치약을 발견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거기서 멈춰야 했는데, 괜찮아지니까 또다시 달달한 걸 먹게 된다는 게 문제다. 치아가 불편해지면 강황을 먹고 괜찮으면 또 초콜릿 먹고. 그렇게 반복했다. 어라, 아무래도 이번엔 좀 오래가는 것 같다. 멈칫 멈칫하다 강황도 안 먹고 일주일이 지나버렸다. 치아가 계속 불편하다. 염증이 오래간다. 치과에 가기로 했다. 아이들과 밥 먹는 식탁에서 수시로 "어금니 아파." 하면서도 병원에 안 가는 게 교육상 좋지 않은 것 같아서다.
스케일링하고 나면 괜찮아질지도 몰라, 그런 내 생각은 치과에서 공감되지 않았다. 염증이 많아 잇몸 시술이 필요하단다. 잇몸 마취 주사, 상당히 따갑다. 잇몸 절개, 헐, 치석 제거, 뭔가 막 긁어내는 느낌. 그리고 자르더니 바느질이다. 절개하고 꿰매는 건 줄 몰랐다.
얼얼하게 마취를 하고 나니 입안을 헹구는 물이 세면대 밖으로 튄다. 마취한 쪽에서만 말을 듣지 않는다. 가글 한 물이 엉뚱한 곳으로 튄다. 근육이 내 뜻대로 조절되지 않는다. 문득, 뇌신경이 고장 난 것도 이런 걸까? 분노를 조절하고 싶은데 뜻대로 안 되는 것, 기억을 잃고 싶지 않은데 생각나지 않는 것, 말을 하고 싶은 데 말이 안 나오는 것... 그 짧은 시간 아픈 사람들이 떠올랐다. 자기 뜻대로 생각을 조절할 수 없는, 뇌가 아픈 사람들 말이다. 잠깐 괜찮아도 시간이 흐르면 스멀스멀 우울해지는 것, 그렇게 좋아졌다 나빠졌다 할 때 필요한 것은 무얼까. 아무 때나 맘만 먹으면 치과에 가듯, 마음치료도 집 근처 가까운 곳에서 쉽게 해결할 수 있으면 좋겠다. 마음의 병을 키우지 않도록, 큰 치료가 필요하지 않게...
두 시간 정도 지나니 피가 멈췄고 지혈을 위해 다물었던 어금니 솜을 빼도 되었다. 약간 불편하지만 치아가 더 이상 아프지 않다. 진작 올 걸. 후회막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