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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스랑 Mar 15. 2023

시감 낚시

길을 걷다 동시 생각이 났다. 시 써야 하는데... 일상에서 관찰하라고 했는데... 산수유가 눈에 들어왔다. 봄의 전령이다. 산수유가 예쁘다는데 도통 공감이 안 된다. 자세히 안 봐서 그런가? 한 그루만 있어서 그런가?  저 멀리서 봐도 온 천지가 노랗게 보일만큼 함께 모여 있으면 어떨까? 온 세상에 '천지가 다 봄이네' 감탄할 만큼 그 힘이 세질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산수유가 예뻐 보이면 뭐라도 쓸 텐데... 시감은 아닌가 봐.

골목길 사거리 횡단보도에 섰다. 내 옆에, 길 건너편에 아이들이 한 명씩 서 있다. 조금 있으면 바뀔 테니까 작은 주택사이 골목이라고 무단횡단하지 말아야지. 몇 초만 기다리면 되는데 그 새를 못 참고 게시판에 가서 공고문을 읽는다. 어라, 그 사이 신호가 바뀌어 3초밖에 안 남았네. 내 쪽 아이는 길바닥 바라보다 안 건너고, 저쪽 아이는 핸드폰 하다 안 건너고, 누군가 건너면 그때 바뀐 줄 알고 따라가려 했나? 어쨌든 모두 횡단보도에 서 있었는데 딴짓하다 제 신호에 못 건넜다. 직진 차량이 다 지나간다. 사거리 신호가 한 길 한 길 한 바퀴 돌아야 다시 이쪽 신호가 초록으로 바뀌는데 그 새를 못 참고 그냥 빨강 불에 건넌다. 어라, 핸드폰 하던 아이가 나를 멀뚱 쳐다보다 이쪽으로 건너온다. '야! 신호 초록 아니야. 우리 놓친 거 알지?' '저도 알아요. 차 다 지나갔으니 괜찮아요.' 우리는 조용히 눈빛을 교환한다. 길바닥 쳐다보며 해찰하던 아이는 신호를 다시 기다렸는지 나 따라왔는지 모른다. 이걸로 동시를 쓸까? 뭐라 쓰지? 골목이라고 무단횡단을 합리화할 수는 없잖아. 하지만 초록불이 항상 안전한 것만은 아니잖아. 초록불이라 안심하고 건너다 사고 나는 경우도 있잖아. 그래서 초록불에서도 차 오는지 안 오는지  꼭 보라고, 차가 다가오는 그 속도를 보고 판단하라고 아이에게 일렀잖아. 초록불에서도 바로 건너지 말고 몇 초는 기다렸다가 좌우를 보고 건너라고, 모든 차가 다 신호를 지키는 건 아니라고 일렀잖아.  



횡단보도


초록불에 건너면 되지요

아니 초록불도 위험해

빨강이든 초록이든

차 안 올 때 건너면 되지요




산수유


너 혼자 피어 

봄 맛이 안나

그래서 어쩔

봄이 왔어. 봐!


#동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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