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빵의 찐 결심
눈을 뜨자 곧장 운동화 끈을 매고 집을 나섰다.
달리지 않으면 죽을 것 같았던 나날. 시체놀이에서 벗어나려
하루도 빼놓지 않고 흠뻑 땀에 젖도록 날마다 달리던 나날.
몇 달 만에 체중을 알리는 앞 숫자 두 자리가 바뀌고 달리기를 멈췄다.
더 달리면 안 될 것 같았다. 그렇게 살이 빠져본 적이 없었다.
오 년 전 일이었다.
운동을 멈추고 최근 두 달 만에 갑자기 찐빵이 되었다.
책 읽고 몇 줄 끄적이고 밤마다 영화 보고 - 영화엔 늘 맛있게 먹는 장면이 있다
처음엔 야금야금 나중엔 확실하게 그러길 반복하다 찐빵 됐다.
이것도 못 봐줄 일. 유지어터를 패배자로 만든 책상 앞 일들.
커피 중독. 미디어 중독. 스트레스 중독. 안 써지는 무력감의 중독.
다시 달리기 하러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