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최인호의 인생

by 조이스랑

이건 소설이 아니다. 에세이다. 한강이 쓴 '아름다운 것들에 대하여(최인호 선생님 영전에)' 때문에 알게 된 소설가였다. 인생은 아름다운 거라며, 한강이 꼭 그걸 알았으면 좋겠다고 했다는 그가 무척 인상 깊어, 에세이를 읽은 그날 저녁 나는 남편에게 최인호를 아냐고 물었다. 소설 한 권 안 읽는 남편도 아는 작가를, 그날까지 나는 몰랐던 것이다. 내가 읽은 최인호의 작품은, 얼마 전 읽은 단편 <타인의 방>이 처음이다. 멀쩡한 남자가 아파트에서 물건과 소통하다 결국 물건으로 변한 걸 보고 한강도 최인호의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했다. 한강의 <내 여자의 열매>는 아내가 점점 식물로 변하는 이야기다.

최인호 선생이 암투병 중 쓴 에세이라서 아무 때나 읽어도 부담이 없었다. 소설이었다면 띄엄띄엄 읽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랬다간 앞 이야기가 뭐였더라. 머릴 긁적이며 다시 읽기를 되풀이했을 것이다. 큰 글자라 밤중에도 편안히 읽을 수 있어 내겐 굉장한 행운의 책이었다.

소설가가 쓴 에세이는 어떤 글일까. 인생의 마지막을 향해 갈 때 어떤 스타일의 글을 쓸까. '최인호 문학 50년이 그려낸 삶의 기억과 무늬들! 원고지 위에서 죽고 싶다.' 표지의 마케팅 문구가 이 책 한 권만 읽으면, 마치 못 읽은 수많은 그의 이야기를 꿰뚫을 것 같은 착각을 부른다.

기도하는 그는 울보였다. 앙앙앙 마지막까지 생떼를 쓰며 물이 포도주 되게 해달라고 애걸복걸했다. 물을 마시는 그는 기도했다. 물이 포도주가 되는 기적을 바라면서 잉잉잉 울며 기도했다. 마침내 매일 원고지 30장씩 써서 1200장의 장편을 완성했다. 그가 내놓았던 건 물이 아니라 포도주였다. 그의 절실함이 신의 마음을 감동시킨 걸까. 가슴 절절한 진정성 있는 기도가 그의 손끝에 기적의 힘을 가져다준 것일까. 마지막 작품이 될 수 있다는 긴장감으로 그는 피땀 흘리는 눈물을 활자에 쏟아낸 걸까. 무엇이든 쓰게 한 그의 열정이, 그의 기도가 내 마음을 흔든다. 나도 엉엉엉 잉잉잉 앙앙앙 떼를 쓰고 싶다. 당장이라도 달려가 눈물을 쏟아내고 싶다.

최인호의 인생만 쓰십니까. 잉잉잉 엉엉어 앙앙아 제 인생도 있습니다. 여기. 부스러기라도 주워 먹게 해 주세요. 잉잉잉 엉엉엉 흑흑흑 내 심지가 꺼져가고 있지 않습니까.

나는 아직 그만큼 절실하지 않은 걸까. 그럴 리가. 소설 같은 인생을 어떻게 소설처럼 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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