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호

by 조이스랑

동호는 설문지를 내려다보았다. '현재 부모님께 몇 점을 주시겠습니까?'

펜을 든 손이 잠시 공중에 멈췄다. 10점? 아니다. 1점? 그것도 아니다. 동호의 손끝에서 숫자 5에 동그라미가 그려졌다. 정확히 중간. 합격도, 불합격도 아닌 어정쩡한 숫자.

"왜 5점이냐고요?"

동호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엊그제 저녁 식탁이 떠올랐다.

"너 생각은 묻지도 않았어."

엄마의 목소리였다. 학원을 하나 더 등록하겠다는, 아니 등록했다는 통보를 듣고 동호가 반발했을 때 돌아온 말이었다. 아빠는 신문만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동호는 펜을 다시 들었다.

그래도 5점을 준 이유가 있었다. 매달 통장에 들어오는 용돈, 새 운동화, 학원비, 핸드폰 요금. 숫자로 셀 수 있는 것들. 부모님이 벌어온 돈이 자신에게 흘러들어오고 있다는 것쯤은 알았다. 미안하기도 했다.

그럼 부모님은 나한테 몇 점을 줄까? 동호는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아마도 6점? 성적표는 나쁘지 않다. 중간은 한다. 말도 대체로 듣는 편이다. 적어도 밤늦게 돌아다니거나 담배를 피우거나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6점 이상은 아닐 것이다. 어제도 서로 쏘아붙였으니까.

"그렇게 할 거면 뭐 하러 낳았어?"

동호가 내뱉은 말이었다. 순간 엄마의 얼굴이 굳어지는 게 보였다. 그리고 돌아온 말.

"네가 얼마나 잘났다고 그래?"

칼 같은 말들이 오갔다. 서로의 급소를 정확히 아는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그런 종류의 싸움이었다.

동호는 한숨을 쉬었다.

"서로 존중하고 이해해야 한다."

교과서 같은 답이다. 동호도 안다. 하지만 알고도 안 되는 게 있다. 마치 수학 공식은 외웠는데 문제는 못 푸는 것처럼. 동호는 수업 시간에 본 영상을 떠올렸다. 부모와 자녀 관계에 관한 다큐멘터리였다.

화면 속 누군가가 말했다. "당신이 부모가 된다면?"

동호는 옆자리 친구들을 힐끗 쳐다보았다. 민서는 떡볶이 사진을 찍고 있었고, 재훈이는 조는 중이었다.

'쟤들은 자기 부모님한테 몇 점을 줄까? 그리고 쟤네들이 나중에 부모가 되면... 지금 부모님처럼 될까?'

동호는 펜을 내려놓았다. 설문지는 완성되었지만, 답은 아직 나오지 않은 것 같았다. 5점. 딱 반. 사랑하는지 모르겠고, 미운지도 모르겠는, 그 어정쩡한 중간 어디쯤. 동호는 설문지를 접어 가방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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