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글쓰기 수업
도서관 글쓰기 수업에 갔다.
글쓰기를 잘하고 싶어서 신청한 강의라서 나름 기대했었다.
'브런치로 대상을 받았다니 글을 정말 잘 쓰겠지.'
나도 강의를 하고, 강사 섭외를 많이 해서 그런지,
그녀의 강사 스킬이 눈에 들어왔다.
1차시. 참가자에게 자기소개를 6문 6 답으로 하자고 했다.
참가자는 약 20여 명.
일렬로 제일 앞자리에 앉아 있던 사람이 마이크를 들고 6문 6 답을 읽었다.
그리고? 예상대로 마이크는 자리를 따라 이동했다.
그리고? 점점 자기소개 시간이 늘어났다.
처음 소개자는 글 쓴 문장을 읽었지만, 나중에 소개하는 사람은 수다쟁이가 되어 글에 부연설명을 했다.
어라. 이렇게 되면, 시간이 모자랄 텐데....
오늘은 6문 6 답으로 자기소개만 하고 강의가 끝나는가? 싶었다.
역시 2시간 강의에 1시간 50분이 흘렀지만 아직 자기 소개하지 못한 사람이 2명 남아있다.
강사는 뒤늦게 시간 생각이 났다보다.
길게 자기소개를 하는 참가자에게 시간을 좀 줄여달라고 했다.
참가자 자기소개가 모두 끝난 후
강사는 우리에게 다른 사람 소개할 때 메모를 했냐고 물었다.
관찰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관찰! 맞다. 정말 중요하다.
공감되고 멋진 표현들을 메모하는 적극적 관찰.
그렇게 중요한 관찰을 참가자 자기소개가 다 끝난 후 언급했다.
참가자가 기회를 다 놓친 후에서야 말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적어도 한 두 명 자기소개를 했을 때,
잠깐 멈춘 후 메모를 하고 있는지,
적극적 관찰을 하고 있는지 물어야 했다.
그러면, 나머지 시간에 참가자들은 관찰을 실행하면서 더 배웠을 것이다.
더 놀라운 건 강의를 다 마무리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날 하지 못한 강의 주제, 글쓰기 연습 주제가 남아있었다.
황당했다.
아, 결국 시간 배분을 잘못한 거군.
강사는 주제어를 제시하면서 숙제로 자유롭게 하라고 했다.
그렇다면, 한 명씩 자기소개를 할 것이 아니라
소그룹별로 자기소개를 하게 한 후,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공유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각자 자기 마음에 맞는 구절을 포스트잇에 적어
참가자 전체가 한눈에 볼 수 있도록 공유했다면,
서로 얼마나 생각이 다른지
짧은 시간 안에 관찰 결과를 공유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녀는 글쓰기를 잘해서 브런치 작가가 되었고, 대상을 받았을 것이다.
그래서 도서관 글쓰기 강사도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글쓰기 강사로서 나는 그녀를 추천할 수 없다.
강사로서 가장 기본적인 것, 시간 배분, 강의 완성도가 낮아서이다.
참가자는 성인이다.
참가자는 글쓰기 영역을 벗어나면, 어느 한 분야에서 고수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모두를 존중하는 태도를 서로 배우도록 하는 것이 강사의 역할 중 하나이다.
자신의 프로필 소개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 건,
그만큼 실력이 부족하니 인정해 달라는 것 아니면,
강사의 자기 자랑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높다.
성인 참가자는 강사 프로필로 강사를 평가하지 않는다. '
강의를 잘한다면 프로필 같은 거 따지지 않고 실무자들끼리 추천한다.
나도 그렇게 추천했고, 추천받았다.
글쓰기 강사는 많다. 작가도 많다.
오늘 강사가 다음 차시에는 자신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를.
그래서, 내가 괜한 수업 들었군.
하는 생각이 들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