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론자

by 안녕하세요

맑은 흰 구름이 듬성듬성 섞인 겨울 하늘 아래를 달린다. 수확이 끝난 뒤 겨우내 몸을 뉘어 쉬고 있는 바싹 마른 논밭들 사이로 차를 몰다 보면, 어느덧 하늘과 땅 사이 그 아득한 경계 속으로 빨려 들어갈 것만 같은 묘한 기분에 사로잡힌다. 꽤 쌀쌀한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부러 창문을 내리고 차가운 겨울 공기를 폐부 깊숙이 들이마신다.


십여 분을 달려도 주변에 그 어떤 움직임조차 느껴지지 않는 고요한 길. 세상으로부터 잠시 도망치듯 오고 가는 이 길은 모르고는 도저히 찾아올 수 없는 숨겨진 통로와도 같다. 알고도 무심히 지나쳐버리기 쉬운 좁고 막다른 길 끝에서, 나는 오늘도 초행길인 양 찬찬히 주변을 살핀다. 그러다 문득 눈앞에 나타난 작은 십자가를 마주하고 경외감에 놀란다.


길을 잘못 들어 인연을 맺게 된 작은 교회

가끔씩 예배당 가장 뒷줄 끄트머리에 조용히 자리를 잡아 본다.


백 명도 채 되지 않는 성도들, 그중 대부분은 서리가 내려앉은 듯한 백발의 어르신들이다. 삐걱거리는 나무 의자에 앉아 찬송가를 부르고, 목사님의 말씀을 듣고, 간절히 기도를 올리는 그분들의 뒷모습을 본다. 허리를 곧추세워 앉아 있는 것조차 힘에 부치시는지, 자꾸만 옆으로 기울어지는 몸이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아슬아슬해 보여 마음이 쓰인다.


헌금함 속에는 지폐보다 동전이 떨어지는 소리가 더 자주 들린다. 짤랑거리는 그 가벼운 소리가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삶의 가장 무거운 정성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 누구도 헌금의 무게를 입에 올리지 않는다. 적으면 적은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서로의 형편을 묵묵히 품어주는 이곳만의 고요한 약속이 흐를 뿐이다.


예배가 끝나면 어르신들은 차려진 국수 한 그릇을 나누어 드시고는 다시 각자의 삶으로 흩어지신다.

부디 이 평화롭고 소박한 풍경이 사라지지 않기를. 막다른 길 끝에 숨어 있는 이 작은 안식처가 다음 주에도, 그다음 주에도 그 자리에 그대로 있어 주기를 ..





작가의 이전글남편을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