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AI가 뜨겁다.
검색창도 뉴스도, 카톡 대화도 온통 AI 이야기다.
친구들 프로필 사진도 어느새 지브리풍으로 바뀌었다.
나도 파도에 휩쓸려 앱을 깔았다.
첫 질문은 “따뜻한 책 추천해 줘.”
받은 목록 중 하나는... ‘곰돌이 푸’.
‘뭐야? 푸? 유치하잖아.’
살짝 어이없었지만,
“왜 이 책이지?” 하는 호기심에 오디오북을 틀고 저녁을 준비했다.
꿀이 너무 먹고 싶어진 푸는
하늘색 풍선을 잔뜩 들고, 벌집이 달린 나무 곁으로 둥실 떠오른다.
자신이 구름처럼 보여 벌들이 눈치채지 못할 거라고 믿는다.
“이거, 나 같은데?”
나도 수도세를 아껴볼 요량에
‘버려지는 물을 다시 쓸 수 있다면?’
설거지 마지막 헹굼물을 생수병에 담아 번거롭지만 화장실에서 썼다.
실제로 줄어든 수도요금 20%는 나에게 뿌듯함을 줬다.
‘이렇게 좋은 걸 왜 아무도 안 하지?’
하고 감탄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병을 나르고 씻는 수고가 쌓였고, 결국 조용히 접게 됐다.
남들이 안 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내 시작은 늘 단순하다.
‘물을 아끼고 싶다.’ -> ‘그럼 다시 쓰면 되지!’
그리고 바로 실행한다.
즉흥적인 생각의 절반은...
후회로 돌아온다.
푸도 그랬다.
풍선을 붙잡고 벌집으로 날아간 건, 단지 꿀이 먹고 싶어서였다.
푸의 말과 행동은, 나의 엉뚱하고 단순한 마음이나 때로는 예상 밖의 선택들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저녁을 먹으며 남편에게 비밀을 털어놓듯 말을 꺼냈다.
“나, 곰돌이 푸 들었는데... 나랑 닮았어.”
남편은 “푸가? 왜?” 하며 나를 봤다.
풍선 이야기를 들려줬다.
처음에 남편은 고개를 갸웃했지만,
내가 물 절약 이야기를 꺼내자 눈치챈 듯 킥킥 웃기 시작했다.
남편의 웃는 모습은 이해한다는 느낌을 나에게 줬다.
그의 맞장구에 난 학교 끝나고 엄마에게 신나게 떠드는 아이처럼 재잘거렸다.
남편은 그 모습에 빙긋 웃었고,
나는 그 웃음에 또 깔깔 웃다 보니
밥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우리는 저녁 식사는 평소보다 10분 이상 길어졌다.
식사 끝 무렵, 상기된 얼굴로 들뜬 내가 말했다.
“곰돌이 푸 이야기 더 듣고, 다음에 또 들려줄게~”
남편도 따뜻한 눈빛으로 말했다.
“당신이 환하게 웃으니까 나도 푸 이야기 궁금해졌어.”
그리고, 다음 날도 푸의 이야기는 계속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