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어!!!♡

푸처럼 살아도 괜찮아

by 빨간머리 푸

토요일 아침, 평소보다 늦게 눈을 떴다.

느지막이 일어난 나를 보며,

남편이 어제에 이어 또다시 푸 이야기를 꺼냈다.

‘왜 내가 푸와 닮았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오늘도 자연스레 이어졌다.


나는 주방 고무장갑을 낄 때,

습진 예방용 면장갑을 먼저 끼고, 그 위에 고무장갑,

그리고 마지막으로 니트릴 장갑을 한 겹 더 낀다.


니트릴만 주기적으로 교체하면 위생적이다.

덕분에 고무장갑은 벌써 4개월 넘게 내 주방을 지키고 있다.


하지만 니트릴 장갑은 손목까지만 와서

물이 들어가지 않게 노란 고무링으로 조여야 한다.

세 겹의 장갑을 차례로 끼는 일도 꽤나 번거롭다.

이쯤 되면, 주변에서 손사래를 칠 만하다.


그동안 “최고의 아이디어야!”라며 시작했다가

결국 포기한 일도 많지만,

지금의 장갑처럼 여전히 이어가고 있는 습관도 제법 있다.


푸처럼 엉뚱하고 비효율적인 일들을 벌이는 나를

20년 넘게 지켜본 남편은,

그런 이야기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크리스토퍼 로빈이 푸에게

“가끔 바보 같아 보여.”라고 말하는 장면이 떠오르자,

내 마음은 추운 겨울 꽃들처럼 움츠러들었다.


마음속 부끄러움을 뒤로하고,

용기 내어 남편에게 털어놓았다.

‘혹시 나도, 다른 사람들 눈엔 그렇게 보였을까?’


남편은 “그럴 수도 있겠다…”며 말을 흐리더니,

잠시 숨을 고르고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도 난 네 옆에 있는 피글렛이 되어줄게.

푸가 엉뚱한 행동을 해도, 언제나 함께할 거야.”


그 말은

따뜻한 봄바람처럼, 움츠린 마음속 꽃망울들을

하나둘 톡톡 터뜨려 활짝 피워주었다.


겉으론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가슴 한편이 뭉클해

눈물이 왈칵 쏟아질 뻔한 걸 간신히 참았다.


아마 누군가 툭 건드렸다면,

나는 엉엉 울었을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또 하루를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빨간 머리 앤이 아닌 빨간 머리 푸입니다.


제 소개에 ‘푸’가 들어가게 된 건,

이때부터였어요.


사람들의 말투와 표정 속에서

내가 조금 별난 사람,

혹은 고생을 사서 하는 어리석은 사람으로

비칠 수 있다는 걸 어느 순간 알게 되었고,

그 이후로 혼자 있는 시간이 점점 많아졌어요.


처음엔

‘이러다 외로워지면 어쩌지?’ 하는 걱정도 있었지만,

남의 시선을 덜 의식하게 되자

오히려 더 자유로워졌고,

그 시간 속에서 하고 싶은 걸 하다 보니

하루는 ‘순삭’으로 지나가더라고요.


글을 쓰고 싶어진 것도,

아마 그런 마음들이 모이고 모여

조용히 내 안에서 자란 결과였던 것 같아요.


그리고,

내가 걱정했던 외로움은

매력덩어리 피글렛 덕분에

오늘도 안녕합니다.


Best Friend Forev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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