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8월 21일
오늘 2023년 1월 14일에 벼르고 별러 구입한 11인치 아이패드 에어(5세대, 256GB)를 분실했다. 무려 5년을 기다렸다 장만한 아이패드였다. 따져보니 2년 7개월 쓰고 잃어버린 셈. 아직 새거다. 당시 최신 제품으로 1100유로 넘게 주고 샀는데... 덩달아 흰색 가죽 보호 케이스도 없어졌다. 그것도 할인가로 65유로인가 지불했다.
가방에 넣어 다니는데 500그램이나 되는 이걸 어떻게 감쪽같이 훔쳐 갔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다. 어디에서 당했나? 1호선 메트로인가 아님 루브르 안인가? 아무리 짱구를 굴려도 답이 나오지 않는다.
나폴레옹3세 아파트를 방문하고 메소포타미아관으로 들어가기 전, 프랑스 조각 전시실 위에서 장미셸 오토니엘의 작품 자료 화면을 보여주려고 가방을 뒤지는 순간 아이패드가 잡히지 않았다. 아이쿠, 어떻게 된 거지? 집에서 챙겨오지 않은 건가? 분명 어제 저녁에 충전을 해서 가방에 넣어두었는데...
간밤에 잠을 설쳐 컨디션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 피곤하면 주의력이 현격히 떨어지는 나. 머리가 휑하니 띵하고 온몸에 피곤기가 절은 상태다. 머리속이 안개낀 듯 흐리멍덩하니 귀에 이명이 일고 아무 생각도 할 수 없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언제 어디서 어떻게 아이패드가 가방에서 달아났는지 알 수 없다.
1호선 두 정거장 가는 내내 가방끈을 쥐고 있었는데 어떻게 지퍼를 열고 가져갈 수 있었나.
루브르 안에서는 아이패드를 꺼내지도 않았는데.
한 가닥 희망을 안고 집에 와서 책상 위며 옆쪽을 샅샅이 뒤졌지만 한번 사라진 내 아이패드는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어디 하나 흠집이 나지 않은 아이패드가 팔레스타인 사람처럼 강제추방을 당했다. 고대 이집트인은 선대가 새긴 글자를 지우고 새로 새기는 일을 파괴라고 여기지 않고 재생, 재활용으로 받아들였다. 부주의로 버림받은 아이패드도 새주인 만나 새출발을 했으면 좋겠다.
점심이 제대로 넘어가지 않았다. 떡국을 몇 숟갈 떠다 말았다. 멍하니 정신을 잃고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흐리멍덩한 머리속으로 아무리 애써 아이패드가 달아난 정황을 떠올리려고 해도 할 수 없었다.
손때 묻은 물건은 그저 돈으로만 따질 수 없다. 시간을 두고 익숙해진 관계가 소중하다. 정감이 배어들어 헤어지기 힘들다. 오래된 물건을 버리기 힘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걸 누가 훔쳐갔을 때 상실감이란...
도둑이 훔친 걸 분실 센터에 맡길 리 없지만 내일 루브르 분실물 찾는 곳을 가볼 작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