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양귀비꽃
막아둔 철책 기찻길 옆 언덕배기 첫길과 철길 사이
손길 발길 닿지 않는 철길가에 무더기로 핀다.
오며가며 기차 안에서 코클리코를 본다.
내려서 볼 수 없다.
늘 저만치 피어 있다.
다가설 수 없어서 더 눈길을 끄나?
다닥다닥 무리지어 핀다.
한 송이라면 애처러웠을 텐데...
잡풀 틈바구니로 고개를 내밀기도 하고
잡초도 얼씬 않는 자갈밭에 뿌리내리기도 한다.
철책 심어둔 시멘트 틈새로 돋기도 한다.
비를 맞지 못해 목이 타들어가도 자그맣게 버틴다.
선로와 선로 사이 바람에 부대끼고
기차 소음에 시달려도 부러지지 않는다.
간들간들 대궁 끝에 매달린 새빨간 꽃은 모네의 그림이다.
뙤약볕에 풀들이 다 오갈들어도 저홀로 싱싱!
홀로 피기보다 덩달아 핀다.
누울 자리를 알고 터를 잡는다.
채송화나 봉숭아를 아우르는 키로 주황이며 진홍으로
돌담장 벼락에 매달려 곡예하며 피기도 한다.
그래도 나무들과 다투지는 않는다.
늘 풀과 함께다.
코클리코는 여름의 전령사!
새빨간 꽃이 나타나면 햇살이 드세지고 뜨거워진다.
피나무가 후끈한 냄새를 뿜으며
좁쌀 같은 꽃잎을 누렇게 떨구는 유월 땡볕에도 아랑곳없다.
가녀린 줄기는 언제 돋는지 알길 없고 꽃이 피어서야 존재를 알 수 있다.
바람이 불면 코클리코는 새빨간 바람개비가 된다.
꽃향기가 날리기 보다 빨강 물감이 점점점 흩뿌려진다.
코클리꽃이 지고 나면 이미 여름은 가고 없다.
다시 한 해를 목 빼고 기다려야 하는가?
(2017 여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