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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샤 pacha Mar 13. 2022

마르세유 페스트 의사의 방호복

 

마르세유 페스트 때의 의사 복장, 투명한 줄무늬가 들어간 종이에 목판 인쇄, 18세기 초.


마르세유 페스트를 막으라고 섭정 오를레앙 공이 파견한 몽펠리에 대학 사무총장 시쿠아노(François Chicoyneau : 1672-1752)의 죽음을 막는 복장.


그는 동방의 가죽으로 만든 옷을 걸치고 있다. 마스크는 눈이 크리스탈로 되어 있고 새부리처럼 생긴 코에는 향초들이 채워져 있다. 페스트 환자를 손대지 않고 검진하고 불청객을 멀리 떨어지게 하는 데 쓰는 막대기를 쥐고 있다.


시쿠아노는 섭정 오를레앙 공과 루이 15세의 어의인 피에르 시락(Pierre Chirac)의 몽펠리에 의대의 제자로 1712년 시락의 딸과 재혼하여 사위가 된다. 사촌 앙투안 데디에(Antoine Deidier)와 베르니(Jean Verny)와 함께 마르세유에 파견되어 1년 동안 활약하지만 페스트가 전염병이 아니라고 생각하여 페스트 전염에 대한 주의를 게을리하였다. 마르세유에서 활약한 공을 인정받아 기사 작위를 받고 귀족으로 서품된다. 장인의 뒤를 이어 루이 15세의 어의가 된다.


페스트 의사는 페스트 퍼진 도시가 고용한 공무원으로 사망자를 매장하고 시체 해부를 하며 희생자를 집계하고 환자의 유언을 기록하였다.


페스트 의사의 마스크는 14세기 흑사병 때 이탈리아에서 고안된 것으로 길쭉한 부리가 달린 까마귀를 닮았다. 중세 때는 특별한 복장 없이 마스크만 착용하였다.


1619년 루이 13세의 어의 샤를 들로름(Charles Delorme)이 전신을 덮는 방호복을 고안하였다. 당시 파리에 창궐하던 페스트의 전염에서 보호하기 위한 복장이었다.

옷은 나쁜 공기가 뚫고 들어가지 못하도록 가죽으로 만들었다. 오염된 공기에서 보호하려고 피혁 튜닉, 가죽 망토, 가죽 장갑, 가죽 구두, 가죽 모자 등도 방향제에 적신 다음 착용하였다. 페스트 마스크는 입에 마늘과 운향을 코와 귀에 향을 넣었다. 눈 부분은 안경알을 박았다.


소독 효능을 가진 방향제를 넣으면 병의 원인이라고 여긴 악취에 견딜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마찬가지 맥락에서 장독(miasme : 축축하고 더운 땅에서 생기는 독한 기운으로 세균 발견 이전에 전염병의 원인이라고 보았다.)을 퇴치한다고 길에서 향초들을 태웠다.


당시는 몰랐지만 쥐벼룩이 뚫고 들어갈 수 없는 샤를 들로름의 방호복은 모두 가죽 조각들을 완벽하게 이어 맞춘 갑옷 같은 것이었다. 샤를 들로름의 의사 방호복은 그 이후 전 유럽에 채택되었다.

 

코로나 위기에 한국 의료진이 입는 우주인 복장 같은 방호복의 전신이다. 코로나 초기 프랑스 의료진은 마스크도 제때 공급받지 못했다. 프랑스 의료진은 우주복 같은 방호복이 아니라 평소 입는 간편한 가운을 걸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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