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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국적 Aug 19. 2023

재계약을 맞이하는 우리의 자세

2023년 8월 현재

집계약 만료되기 두 달 전, 집주인이 직접 들어와 살 예정이라 재계약이 어렵다는 통보를 받은 손님

현재의 집을 나가 다음 이동할 새로운 집을 어떻게 할 예정인지 물어봐도 손님은 묵묵부답이었고 계약 끝나기 한 달 전 다른 중개인을 통해 집을 구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열쇠인도(집 반납) 5일 전. 현재의 집중개인한테 개인적으로 문자를 받았다. 원래 주인은 임대를 주고 싶어 하는데 현재 세입자가 집을 깨끗하게 쓰지 못하는 타입이라 계약을 끝내고 싶어 한다는 것이니 알고만 있으라며. 차마 '당신이 집관리를 너무 못하니 계약연장은 못해요'라는 말을 집주인이 직접 하지 않고, 우리가 그 사실을 알았다 해도 '집이 엉망이라 (집주인한테) 까이셨어요'라는 말을 입 밖으로 낼 수는 없다.

때론 모르는 게 나을 때도 있는 법.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집주인의 입지는 여전히 막강하고,

이렇게 세입자를 고르기도 한다.


한국촌 발췌

싱가포르 월세임대료는 여전히 많이 올라있는 상태이나 최근에는 빈 매물이 꽤 나오고 있다. 이대로 몇 달 빈집들이 남아있다면 그때서야 서서히 월세가 떨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2022년 2배 가까이 치솟은 가격으로 월세를 받던 집주인이 '이미 1년 지났고 요즘 상황이 이러니 이제 슬슬 반값으로 할인해 볼까?' 할 수 있을까? 설마. 그럴 리가. 내가 집주인이어도 현실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아 '그래도 아직 이 가격에 가능하지 않을까? 내지는 혹시 모르잖아' 하는 희망을 걸 것 같다.


재계약을 앞두고 있는 세입자에게 월세가 오를 것임을 암시하는 연락을 하는 집주인들은 그나마 친절한 편이다. 물론 월세인상 예고문자를 받은 세입자입장에서야 공포 그 자체라는 게 문제지만

싱가포르 생활 관련 카페에 올라온 질문/고민들- 당신만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재계약을 할 때 월세를 올리려는 건 사는 지난 몇 년 동안 집주인과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다. 그저 집값을 올려 받아야 되는 시장상황인 거고, 집주인 역시 그중에 한 사람일 뿐 인 것이다. 그래도 서로 잘 챙기고 좋은 관계 유지해 왔는데.. 라며 너무 큰 기대를 거는 건 금물. 집주인은 집주인일 뿐 당신의 가족이 아니다. 사랑이 밥 않먹여주듯 친함이 월세를 해결해주지는 못한다

참고로 계약기간 중간에 월세를 임의로 조정/변경할 수 없다. 계약당시 명시된 금액으로 유지가 되며 재계약(계약갱신) 때 금액이 올랐다면, 계약기간 동안 오른 금액으로 지불해야 한다.




2023년 8월 현재, 현재 월세보다는 높은 금액에 갱신(재계약)을 하거나, 기존보다는 좀 더 늘린 예산으로 다른 집을 찾을 2가지 각오를 한 후에 재계약 얘기에 임하는 것이 좋다.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지만 넋 놓고 있다가 당하기보다는 플랜 A, B정도 세워두면 좋을 것 같다는 게 개인적인 의견이다. 보다 알기 쉬운 설명을 위해 실제사례를 들어보기로 한다.


사례. 2021년 10월 방 2개 SGD $5450으로 2년 계약을 한 손님, 앞으로 2년 더 살고 싶다고 재계약 의사를 밝혔고 집주인에게 의향을 묻자 SGD $8000로 올리자는 답변을 받았다.

현재 집에 이미 익숙해져서 굳이 이동하고 싶은 생각도 없고, 이사하려면 돈이며 시간도 드니 재계약을 검토하기로 한다. 물론 코로나 이전 같았으면 $8000이라니 집주인이 미쳤군 하고 뒤도 안 돌아보고 다른 곳으로 이사 갈 월세(제시) 가격이지만 다른 곳도 눈에 띄게 가격이 떨어지지 않은 상황이다 보니 바로 '그렇게는 못해'라고 딱 잘라 거절하기도 어려운 것이다. 상대가 말도 안 되는 얘기를 해온다고 이쪽도 아무 말대잔치로 대응할 수도 없고.. 재계약을 위한 Nego(네고) 전에 본인 나름의 마지노선을 검토하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지피지기 백전백승 이라는데..

상대방과 보다 체계적인 교섭을 위해 우선 현재 사는 집의 가치(Value Property Pricing)가 얼마정도 되는지를 알아보자. 부동산 포털 SRX에서 제공하는 서비스 중 하나로서 현재 살고 있는 집의 기준이 될만한 가치를 제공한다. (중개인들은 알지만 일반인은 잘 모르는 꿀팁 중에 하나라는 사실, 자 밑줄 쫘악~)

X-Value Pricing Gat우 eway, Singapore Property Value Calculator (srx.com.sg)

방법은 간단하다. 임대라면 Rent 선택 후 현재 집주소를 입력하고 계산(노란색버튼)을 누르면 된다.



위에서 보면 알겠지만 2020년 4분기에는 $4200 까지도 거래가 가능했는데 현재는 $6300 정도이다.

물론 지표로 삼을 수 있을 뿐, 이게 진리는 아니니 너무 맹신할 필요는 없다.

자, 그럼 사람들이 생각하는 가치(현재 시장 매매가)는 얼마나 될까?

상대와 맞서려면 근거가 되는 총알을 장전해야 하는 법. 보다 다각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프로퍼티구루에서 확인해 본 같은 콘도 방 2개 매물들이다. 단 방 2개여도 사이즈가 다양하니 같은 사이즈의 매물로 비교하는 게 좋다. SRX 기준으로 보면 해당매물은 1206sqft이었고, 현재 대략적인 시세는 $7000-7600 정도로 나와있다. 가치는 $6300이지만 아직 집주인들의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증거로 받아들이면 된다. 이중에 한 군데 $6000 나와있는 곳은 상황파악이 매우 빠른 집주인으로 보이니 초! 단시간에 빠질 확률이 높다. 매물 중에 현재 아무리 높게 잡아도 $7600인데 현재 집주인이 $8000까지 올리자 얘기해 왔으니 욕심 좀 있으신 집주인인 건 대충 감을 잡았고... 그럼 다른 사람들은 어땠는지 확인해 볼까..?

위의 화면에서 같은 콘도를 찾아본다

Singapore Property & Real Estate, Properties for Sale & Rent (srx.com.sg)

'콘도정보'에서 해당하는 콘도를 찾고 화면을 아래로 내리면...?

최근(과거) 거래실적이 나온다. 매매의 경우 층수까지 대략 나오는데 임대는 가격만 나오기는 한다;;

최근 거래된 매매실적
최근 거래된 임대실적

내지는 매물정보로 들어가서 내려보면 마찬가지로 거래실적을 볼 수 있다.

같은 사이즈의 매물을 찾아 들어왔다
와우... 사이즈 별차이 없는데 $9800도 있.... 진짜 미쳤나...;

위에 보면 소스에 URA라고 되어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 이곳 말고도 정보를 볼 수 있는 곳은 또 있는 것이다.

The Urban Redevelopment Authority

The Urban Redevelopment Authority (URA) is Singapore's national land-use planning and conservation authority. It was formed in 1974, though it has its roots in the Urban Renewal Department set up by the Housing and Development Board (HDB) in the 1960s


Private Residential Rental Contracts - Property Market Information (ura.gov.sg)

위의 화면에서 콘도명을 검색하면 같은 단지 내 거래실적을 볼 수 있다(방개수, 사이즈등 상관없이)

그리고 가격비교를 위해 열람을 희망하는 기간을 설정할 수도 있다.


데이터는 어디까지나 참고로만 삼아야 하는 이유



집주인한테 다짜고짜 월세 좀 깎아주세요 한들 먹히지 않을 수 있으니 이것저것 살펴보긴 했으나 이 모든 정보들을 십분 활용하기는 어렵다. 각기 다른 가격만큼이나 네고조건이 다르기 때문이다. 가구포함여부, 가구가 있다면 가구의 품질이나 계약기간, 사이즈, 층수, 리모델링 여부, 기타 요구조건까지 전혀 다르니 제대로 된 비교 대상으로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위의 내용은 몇 층 몇 호인지 어떤 옵션을 추가했는지 등 전혀 알 수가 없기에 그저 어느 시점에 어느 정도 사이즈의 집이 어떤 가격으로 거래(계약이 진행되었는지) 실적을 확인할 수 있을 뿐 실제적으로 어떤 기준이 되지는 못하는 것이다.




필요한 내용을 파악, 점검이 됐다면 계약 기간(1년 혹은 2년)중도해약 기간(재계약일 경우 조금 더 짧은 설정을 요구할 수는 있으나 최근에는 월세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그리고 예산 최대치까지 끌어올려

재계약 네고에 다시 임하면 된다. 직접 집주인과 연락하지 않기에 어떤 분위기인지 파악은 어렵지만, 중개인의 의견도 참고하여 계약이 어려울 경우 새로운 집이 될만한 위치, 후보 선정을 하고 프로퍼티구루와 눈싸움을 시작하는 것 또한 방법이기도 하다. 단, 2개월 전부터 찾을 경우 입주시기와 맞추기가 힘드니 재계약여부를 통보하고 한 달 이후에야 집을 찾는 게 일반적이기에 기다리는 한 달 동안 약간의 마음고생이 동반될 수 있음을 감안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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