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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국적 Aug 03. 2023

싱가포르 에는 집집마다 방공호가 있다?

우리나라에는 없는 Bomb shelter에 대한 단상

싱가포르에서는 2001년 9월 11일(미국 911 테러) 이후에 지어진 콘도(아파트)에는 Bomb Shelter(방공호)를 설치하도록 되어있다. 홍수, 지진, 가뭄, 해일, 태풍 같은 그 어떤 자연재해도 없고, 테러 우려도 적은 이 나라에 뜬금없는 방공호라니 싶었다. 북한과 마주 보고 제일 가까이 위치해 있는 우리나라에 하이앤드(Highend) 고층 아파트들이 우후죽순으로 늘어가도 Bomb Shelter 가 집집마다 마련된다는 이야기는 아직 들어본 적이 없다는 건 뭔가 조금 아이러니하다. 정작 우리나라에서 일반화돼도 이상하지 않은데 우리나라는 나름대로 계획이 있는 거겠지.. 믿고 싶다.

한 사람 겨우 누울 수 있을까 말까 한 작은 크기 이긴 하지만 철문으로 되어있고 위치상 대개는 부엌옆 야드(Yard)라 불리는 곳 근처에 마련되는 경우가 많아 헬퍼(maid)가 있으면 여기서 숙식하는 공간이 되기도, 창고 대용으로 쓰이거나 (집사이즈 자체가 크지 않을 경우) 수납장대신 옷장 개념으로 쓰이기도 한다. 단, 만들어져 있다 해도 원래 목적대로 쓰일일이 없는 공간인지라 최근에 세워진 콘도는

대개 공용구역(복도 나 비상계단 옆등)에 만들어지는 경우가 늘고 있다.

철문을 닫아놓으면 꿉꿉하고 곰팡이가 생기기 쉬운 환경이 되기에 간혹 문을 떼어내고 사용하기 쉽게 개조하는 집주인들도 꽤 있다.


뷰잉 중에 간혹 신기해하며 이건 뭐예요? 하는 손님이 있으면 '만약 폭격 맞아도 이 안에 들어가면 이 건물 싹 다 무너져도 Bomb Shelter 있는 열은 남아요 하하하' 라며 너스레를 떠는 중개인도 가끔 있다.

'설마 진짜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거 아니지?'

하면 '나는 그렇게 들었는데 진짜인지 아닌지는 나도 모르지' 하는 식이다.

' A ㅏ...'

생각해 보면 원래 목적대로 절대로 쓸 일 없어서 진짜 그런지 아닌지 영원히 모르는 게 차라리 나은 걸 수도 있는 것 같다.



가끔 볼 때면 기분이 묘해지는 건 셸터가 메이드용으로 쓰이고 있을 때이다. 헬퍼 예우차원에서 내부에 선풍기나 에어컨을 설치해 놓은 집주인도 일부 있긴 하지만.. 냉방시설 설치여부와 상관없이 '진짜 여기서 사람을 운다고?'싶어 이렇게나 인간이 인간에게 대놓고 차별하고 각박할 수도 있나 철저한 자본주의(?) 앞에 숙연해지는 공간이기도 하다.

나름 아늑하게(?) 꾸며진 Bomb shelter/메이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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