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 필구 Nov 03. 2022

우리들의 일그러진 일상

필구

초가을이었다. 같은 반 친구들은 친해질 애들은 이미 저마다 친해졌고, 각자 그들만의 무리는 이미 생겼다.

공부를 하는 친구들은 그들끼리, 게임을 좋아하는 친구들은 PC방을 다니며 각자의 우정을 다져갔다.

나와 나의친구들은 공부를 잘하는 무리도, 게임을 좋아하는 무리도 아니었다. 그저 놀고싶어하는(그렇게 보이는 걸 좋아하는)친구들이었다. 우리는 그 당시 유행했던 친구들 모임인 이른바 'FAMILY'라는 것을 만들어서 우리의 소속감을 다졌다. 겉멋이 들었던 우리는 지금 생각하면 정말 길에서 만나면 때리고 싶을 정도로 얄미운, 그야말로 심각한 '중2병'에 걸린 아이들이었다.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에서 괜히 큰소리로 떠들고, 상황에 맞지 않는 욕을 해대며 그렇게 존재감을 드러내려고 했다. 주변에서 크게 제재 하지 않으면 우리가 무서워서 그러는 줄 알고 더 기세등등해졌었다.

 

 그렇게 바보 짓들을 하던 어느날 나와 친구 두명은 학교 앞 조금 떨어진 공원을 지나가고 있었다. 제법 그림자가 길어지기 시작했던 시간이었다. 불이 이제 막 켜진 가게와 그리고 장사를 시작하려고 준비하는 가게들이 반정도 섞여 있는 시간이었다. 차가 두대 정도 다닐 수 있는 도로 였지만 갓길에 불법 주정차 된 차들로 인해

맞은 편에서 두대가 마주하면 각자 핸들을 오른쪽 왼쪽으로 돌려야 겨우 지나갈 수 있는 도로였다. 날씨가 제법 추워진 시기였지만, 어렸던 우리는 두꺼운 옷은 폼이 나지 않는다고 얇은 져지만 하나 걸쳐입고 주머니에 손을 넣고 턱을 덜덜거리며 학원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그때였다. 같이 걷던 친구가 걸음을 재촉했다.

 "뒤로 보지 말고 빨리 걸어라."

 "왜?"

라고 물으며 눈치가 빠른 나는 심상치 않은 일이 발생한 걸 눈치채고 절대 뒤를 돌아보지 않고 그냥 걸었다.

그때

"야. 뒤에서 좀 와보라는데?"

친구한명이 10발자국 정도 뒤에서 겨우 들리는 목소리로 우릴 불렀다.

"아..끝났네."

처음에 나에게 빨리 걸으라고 했던 친구가 탄식하며 뒤로 돌아보았다.

어쩔수 없음을 인지한 나는 친구와 같이 뒤를 돌아보았다.

우리를 부른 친구와 조금 떨어진 골목에서 딱붙는 백바지에 머리를 7대3으로 넘긴 한명과 같은 7:3을 학고 검정색 조끼를 입은 학생인지 성인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 남자2명이 우리를 향해 손짓하고 있었다.

그 둘의 골격은 이미 우리를 아득히 뛰어넘고 있었다. 그들의 거친 피부와 이죽거리는 표정은 우리를 언제든지 맘대로 할 수 있다는 여유를 보여주는거 같았다.

난 눈치챘다. 아 깡패구나. 삥을 뜯을려고 하는구나.

눈치 없이 그들에게 대답한 친구가 원망스러웠다.

하지만 친구를 두고 도망갈 수는 없었다.

걱정스러운 것은 주머니에 10만원이란 거금이 들어있었다. 문제집을 사려고 부모님께 받아둔 것이었는데, 서점에 갈 일이 없어서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다. 머리속에 '어떻게하지' 라고 생각하며 발길은 조금씩 그들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생각이 많아지니 발길이 느려졌다.

"야 뛰어. 쳐맞기 싫으면."라고 그들중 한 명이 목소리를 누르며 작게 외친 소리가 나의 귓가에 보신각 종소리리처럼 울렸다. 생각과 자존심때문에 느려진 발걸음은 다시 빨라졌다.

군대도 다녀오지 않은 우리는 그들앞에서 본능적으로 일렬횡대로 늘어섰다.

마찬가지로 군대도 다녀오지 않은 그들은 자연스럽게 우리의 뺨을 때리고 발로 찼다.

'컥','큭','앗'

우리 셋은 저마다의 개성적인 소리를 외치며 한 발자국 또는 두발자국 물러났다.

"아까 못들은 척 한 두XX... 뒤질래?"

"진짜 못들었는데요."

우린 거짓말을 했다.

"됐고, 돈 있는거 다꺼내."

친구들은 손을 떨며 각자 만오천원과 만원을 꺼냈다

아까 노래방에서 각자 오천원씩 밖에 없다고 했었다. 하지만 그게 중요한게 아니었다.

난 도저히 주머니에 있는 10만원을 줄 수 없었다.


난 학창시절 내내 부모님께 돈때문에 거짓말을 해본적이 없었다. 두분이 고생해서 번 돈인걸 알고있기에 꼭 필요한 데가 아니면 돈을 달라고 한적이 없었다. 말은 잘안들으면서 이런 부분에서만큼 난 효자라고 자부 할 수 있었다. 그것이 나의 유일한 자랑거리였고, 자랑거리는 학창시절 나만의 철학이되었다.

그들에게 맞는 것보다 돈을 잃는게 더 싫었다.

"진짜 없는데요."

난 굳게 마음먹고 한 번더 거짓말을 했다.

나의 겁먹은 표정이 진실만을 말할 것이라고 단정을 지었는 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은 나의 주머니를 확인하지 않고 우릴 보내주었다.

우리는 더 맞지 않음에 감사하며 쭈뼛쭈뼛대며 그들과 공유했던 그 골목의 숨막히는 공사장을 빠져나왔다. 그때였다

"야. 너네 다시와봐."

"네?"

"다시 와보라고."

우리는 다시 그들을 향해 걸었다.

"뛰어라"

우리는 다시 그들을 향해 뛰었다.

"임마 주머니 확인 안했잖아."

계속 조용하던 검정색 조끼를 입고 7:3머리를 한, 얼굴이 뾰족한 그 남자가 말했다

'아... 끝났다."

난 속으로 절망을 했다.

돈 뿐만 아니라 구타(not only 돈 but also 구타)모두 당하게 생겼다.

"이XX 거짓말 했네."

백바지를 입은 남자가 나의 주머니에 손을 넣고 돈을 꺼내가려고 했을 때였다.

"씨X.!!" 나도 모르게 짜증7 분노3 섞인 외마디 욕설을 외치며 그녀석의 얼굴로 주먹을 날렸다.

지금 생각하면 돈을 뺏기지 않으려는 본능이었던거같다.

난 달리기가 빨랐다. 학년 전체에서도 나보다 빨랐던 친구들은 육상부 포함 2~3명정도밖에없었다.

난 그를 때리는 동시에 냅다 뛰었다. 하지만 친구들을 생각하지 못했다. 아니 솔직히 안한게 맞다. 그렇게 난 그들과 거리도 그리고 사이도 멀어지게 되었다.


-계속-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