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 필구 Nov 04. 2022

우리들의 일그러진 일상(2)

친구들을 버려두고 혼자 달아난 나는 다시 그곳으로 돌아갈 엄두조차 못내고 있었다.

친구들을 구할 힘도 없었지만, 의리로 그곳으로 다시 돌아갔다간 난 정말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친구들이 나의 이름과 집을 그녀석들에게 알려줄까봐 그것도 걱정이 되었다.

놀란 가슴이 진정이 되지 않았고, 좋아했던 여자애를 생각하듯 마음을 두근대며 뜬눈으로 길고 긴 저녁을 보냈다.

 김광석의 노래가사처럼 '하얗게 밝아온 유리창'을 보며 오랜만에 이른등교를 준비했다. 친구들이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그 뒤로 어떻게 되었는지가 궁금했다. 지금이야 휴대폰이 보편화 되어있어 아무때나 연락이 가능하지만 그 당시에는 각자 집으로 돌아가면 집전화 말고는 연락 수단이 없었다. 하지만 불행히도 난 그녀석들의 집전화 번호를 몰랐다.

 아직 어둑어둑한 길을 만가지 생각을 하며 걸었다. 등교를 했고 역시나 교실문은 잠겨있었다. 교무실에 가서 교실 열쇠를 찾아서 교실문을 열고. 나의 자리에 앉았다. 시간이 좀 지나자 반 친구들이 등교하기 시작했다. 앞문과 뒷문이 열릴 때마다 나는 빠릿빠릿한 미어캣처럼 짧은 목을 쭈욱 빼며 그곳을 응시했다.

 

 우리는 5명이었다. 나를 포함한 순호, 재진, 강호, 중협이었다. 전날 같은 일을 겪은 둘은 순호, 재진이었고 우린 같은 학원을 다녔다. 나머지 둘은 강호, 중협이었다. 그 둘은 학교가 끝나면 부모님일을 도왔던 걸로 기억한다. 강호는 아버님 공장 그리고 중협이는 아버님이 하시는 음료수 납품 일을 도왔다고 한 거같다.

 강호가 등교했다. 강호는 등교하면 항상 잠을 잤다. 우리가 다 모일때까지 잠만 잤다. 그날도 강호는 학교에 오자마자 가방을 던져놓고는 간단한 손인사만 하고는 엎드렸다. 곧 이어 중협이도 등교했다. 중협이는 허세가 다른 친구들 보다 많은 편이었다.

 "어제 머했냐? 야 나는 중학교때 친구들이랑 어제 세이클럽으로 선화여고 여자애들 만나서 놀았다. 한명은 진짜 이쁘더라."

라고 말을 걸기 시작했다.

"아 진짜? 이름뭔데?"

라고 대꾸는 했지만, 난 듣는둥 마는둥 하며 순호와 재진이가 언제 올지만 기다리고 있었다.

곧 담임 선생님이 들어올 시간인데 둘은 아직도 등교를 하지 않았다. 난 점점 더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그때 재진이가 뒷문을 열고 들어왔다. 난 재진이의 얼굴을 살폈다. 다행히 얼굴은 괜찮아 보였다.

난 먼저 다가가서 물어볼 용기를 내지 못하고 힐끔힐끔 재진이를 쳐다봤다.

말을 먼저 걸까 망설이고 있을 때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담임 선생님이 간단하게 말씀하시고 나가셨다.

1교시 시작전 텀이 생겼다. 우린 쉬는 시간이 되면 맨 뒷자리에 앉은 강호자리에 모여서 떠들다가 수업이 시작하면 각자 자리로 돌아갔다. 그건 우리들의 암묵적 룰 같은 것이었다. 나와 친구들은 자연스럽게 강호자리로 모였다.


 난 다른 친구들에게 어제 있었던 일을 말하려니 솔직히 부끄러웠다. 그 얘기를 친구들에게 하면 나를 센척하는 X신 으로 생각할 것 같았다. 그래서 친구들이 모인자리에서 재진이에게 어제 있었던 일에 대해 말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

그때 재진이가 말했다.

"호는 오늘 몸이 안좋아서 학교 못온다더라."

"왜 어디 아픈데?"

강호가 물었다.

"감기 독하게 걸린거 같던데. 목이 다갔더라 통화했는데."

"아. 오늘 학교 끝나고 다같이 가볼래?"

중협이가 말했다.

"그래 가보자 오늘 하루 학원 째지 뭐."

내가 말했다. 나는 말하며 재진이를 슬쩍 봤다.

재진이는 나를 쳐다보지 않고 말했다.

"뭐하러. 그냥 쉬게 둬. 가봐야 말 할 힘도 없는 거 같은데. 괜히 가면 금마 쉬지도 못해."

"그래 감기때매 죽겠냐.ㅎㅎ 그람 우리 학교끝나고 노래방이나 갈래?"

중협이가 물었다.

"됐어. 학원이나 가지 뭐."

나는 말했다.

"왜 같이 가자 나도 학원 쨀껀데. 너도 같이 가자."

재진이가 나를 잠깐 봤다가 다시 눈을 아래로 보며 말했다.

"... 그래... 뭐 같이 가자."

난 순호도 마음에 걸렸고, 재진이도 마음에 걸렸다. 어제 어떻게 된건지 궁금했지만 우리는 계속 다같이 붙어 다녔기 떄문에 좀처럼 물어볼 타이밍이 생기지 않았다. 그래서 노래방에서라도 물어볼 마음으로 가겠다고 했다.


'어쩌다가 감기에 걸린거지..그리고 내가 어제 그러고 갔는데도 별일이 없었네.'


난 비겁하지만 나에 대한 보복으로 친구들을 폭행했을 거라고 짐작은 했다. 하지만 내가 한 짓에 대한 보복이 너무 무서워 그곳에 다시 돌아갈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멀쩡한 재진이의 얼굴을 보고 다행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한편으론 의구심이 폭발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무슨 일이 있었을 거 같은데. 궁금한게 너무 많았다.

 하루종일 영혼이 빠져 껍데기만 간신히 붙잡고 있던 나는 모든 수업이 끝나고 담임선생님과의 종례시간도 끝나자 정신이 다시 돌아오기 시작했다. 우리는 다같이 번화가에 있는 노래방으로 걸어갔다. 걸어가는 내내 재진이를 불러낼 타이밍만 생각하고있었다.


"야 앞에 보고 걸어."

강호가 나를 잡아 당겼다. 생각에 잠겨 걷던 나는 가게앞에 둔 안내판을 거의 칠 뻔했다

"이XX 오늘 하루종일 멍때리네. 너도 어디 아프냐?"

중협이가 말했다.

"무슨 멍을 때려 임마."

난 평소에 하지도 않던 정색을 하며 말했다.

그때였다.


"아 교실에 이어폰 놔두고 왔다."

재진이가 말했다.

"내일가져가 그냥."

중협이가 말했다.

"아냐 나 그거 없으면 저녁에 잠못자. 야 홍! 같이가자. 혼자 가기 심심해. 너흰 가고 있고."

"그래. 같이가자."

난 잘됐다 싶었다. 교실로 돌아가면서 물어봐야지.


우리둘은 교실을 향해 걸었다.

난 내가 먼저 묻기전에 진이가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 지 말을 먼저 꺼낼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아무런 말이 없었고, 답답해진 내가 말을 꺼내려고 할때였다.

"어제.. 있잖아."

"야 저리로 가자 저쪽이 더 빠르다."

그는 내말을 중간에 자르고 다른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난 이상했지만 다시 말을 걸어보기로 하고 그를 따라서 걸었다

그때였다.


-계속-



  

  

    


 

매거진의 이전글 우리들의 일그러진 일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